오늘의 책 | 지리로 보는 세계정세
권력·지리·정체성으로 읽는 국가들
'지리로 보는 세계정세'는 급변하는 현대 세계정세 흐름을 40여개 국가별로 나눠 현실주의와 지정학적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말레이시아의 외교관이자 지정학 연구자인 아이만 라쉬단 웡이다. 지금까지 지정학과 국제 관계는 대체로 서구 관점에서 논의됐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제3세계 시각으로 세계정세를 분석한다.
저자는 세계정세를 이해하기 위해 '권력 지리 정체성'이라는 변수에 기초한 3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그는 자신을 현실주의자라고 정의하며 기존 세계정치를 이끌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자유주의는 이상주의와 연결돼 있지만 2010년대 이래로 세계경제 침체를 탈피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자들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이 요즘의 세계정세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리고 자신을 비롯한 현실주의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 키워드로 '권력 지리 정체성'을 제시한다.
첫째, 권력은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다. 강자가 되는 데 실패한 국가들은 그들의 안전을 위해 힘의 균형에 의지한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발전시켜 국력을 기르거나 주변 국가와 동맹을 맺는다.
둘째, 모든 국가는 육지나 수역을 포함하는 영토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지리학은 무시할 수 없다. 평지에 있고 고지대로 보호되지 않는 국가는 고지대에 위치한 국가보다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것과 같은 지리적 한계를 파악해야 세계정세가 더욱 분명하게 보인다.
셋째, 국가가 개인으로 구성되는 만큼 인간의 정체성은 국가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의 세계정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국과 그 속의 개인이 정의하는 정체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각 장이 하나의 국가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평소 관심이 있던 국가 위주로 읽는 것도 좋을 법하다. 사진 지도 등 자료들을 풍부하게 제시하는 것도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