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시행 D-1

"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죄' 부작용 우려"

2021-10-20 12:07:14 게재

피해자 보호 시금석 기대되지만, 합의강요 가능성도 … 지속성·반복성 개념 구체화해 규정해야

21일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돼 스토킹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5년 이하의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그간 장기간 스토킹 피해를 입었어도 고작 가해자를 경범죄처벌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형사고소 하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대부분 가벼운 과태료나 벌금이 부과되는 추세여서 피해자를 전혀 구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을 명백히 범죄로 규정하고 징역형의 강한 처벌이 가능해 피해 구제에 긍정적이라는 점에 법조인 대다수는 동의하고 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20일 "스토킹처벌법을 하나의 기점으로 스토킹범죄 방지와 피해자 보호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 가해자가 오히려 합의를 강요하거나 피해자에 대해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등 부작용 우려도 있다는 것이 법조인들 지적이다.

왼쪽부터 천주현 김운용 이지욱 변호사 사진 본인 제공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실효성 의문 =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등에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을 '스토킹행위'로 규정하고,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스토킹범죄'로 규정한다. 이에 대해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지속성이나 반복성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해 이에 대한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스토킹행위에 대한 신고가 있는 경우 경찰은 스토킹행위를 제지하고, 피해자 등의 분리 및 범죄수사를 할 수 있다. 만약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우려 및 스토킹범죄 예방을 위해 긴급한 경우 경찰은 스토킹행위자에게 직권 또는 피해자의 요청에 의해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러한 긴급응급조치는 1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긴급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법원은 스토킹범죄의 원활한 조사·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스토킹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잠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규정의 실효성을 의심한다. 천 변호사는 "100미터면 상당히 근접한 거리인데 흉기를 소지하거나 가해 목적으로 접근할 경우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이격거리를 더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욱 변호사(법무법인 재유)는 "만약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거지가 인접한 경우는 해당 규정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낮은 법정형'도 문제 = 법정형이 낮아 범죄 억제력(위하력)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단순 스토킹범죄의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흉기 등을 휴대하거나 이용한 특수 스토킹범죄의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단순 절도죄만 봐도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 있어 징역형만 놓고 보면 특수 스토킹범죄보다 법정형이 높다. 천 변호사는 "스토킹범죄에 대한 실제 처벌형량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효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위하력을 발생하게 하는 것은 확실한 처벌"이라며 "형량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등 개입하면 법률의 실효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복범죄 우려 = 스토킹처벌법은 단순 스토킹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는 자칫 피해자에 대한 합의강요나 보복범죄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변호사들 지적이다. 천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단순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거나 보복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합의강요나 보복범죄를 막기 위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보복범죄의 가중처벌 등) 조항 등을 개정해 피해자를 보호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에 대한 전담조사제는 바람직 = 스토킹처벌법에는 지정된 스토킹범죄 전담 검사와 스토킹범죄 전담 사법경찰관이 피해자를 조사한다. 천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조사제를 둠으로써 성폭력범죄에서 전담 검사제(성폭력처벌법 제26조), 전담 재판부 제도(동법 제28조)와 비교해 부족하지 않은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전담인력을 지정한다는 것은 다행이나 단순하게 전담인력을 지정한다면 현장 업무부담만 가중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경찰 여성청소년 부서 등에 전담 인력을 충원하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성열 기자/변호사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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