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몸집 불리기 바쁜 윤석열캠프 … '비만 부작용' 없을까

2021-10-27 10:58:43 게재

전현직 의원만 90여명 달해 … 대세론 확산과 당원모집에 '기여'

편가르기 극심, 경선 뒤 '원팀' 방해 … "일하는 사람은 몇 안돼"

전현직 중진들 지방선거 공천 바라고 합류? 논공행상 잡음 우려

대선 경선을 고작 열흘 앞둔 26일 윤석열캠프는 현역의원 7명을 추가로 영입해 캠프 자리를 나눠줬다. 27일에는 예선에서 맞붙었던 하태경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윤석열캠프가 경선이 임박했는데도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경선캠프에 불과하지만, 어느새 대선 선대위보다 커졌다. 캠프가 비대해지면서 부작용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당심에서 우위 기대 = 윤석열캠프는 직함을 받은 사람만 300여명에 달한다. 초창기 20∼30명으로 시작한 캠프가 어느새 10배 이상 불어난 것. 현역의원만 30명을 넘었고, 전직의원도 60명 가까이 된다. 야권인사들이 '윤석열 대세론'을 좇아 경쟁적으로 줄을 선데다, 윤 전 총장도 세불리기 차원에서 무차별 영입하면서 급속도로 커졌다는 관측이다.
질의응답 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고 김영삼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캠프가 커지면서 대세론 확산과 조직 대결에서는 보탬이 됐다고 한다. 경쟁후보 캠프에 비해 사람이 몰려들자, 야권지지층에게 "윤석열이 대세"라는 인상을 주는 효과를 낳았다.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심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힘이 됐다. 당원모집에도 결정적 보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한달 동안에만 책임당원이 38만명에서 57만명으로 19만명 급증했는데, 이중 상당수는 윤석열캠프에서 '모집'한 결과라는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40대 이상 입당자 중에는 모바일이 아니라 종이원서를 통해 입당한 경우가 많았다"며 "윤석열캠프에서 (당원을)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윤 예비후보가 당심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경쟁후보 지지자까지 가로채? = 하지만 경선캠프가 비대해지면서 부작용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우선 당내 통합 분위기를 깨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윤석열캠프가 당내 현역의원의 3분의 1을 넘는 숫자를 데려가고, 당의 어른으로 꼽히는 전현직 중진들까지 싹쓸이하면서 당은 '윤석열 대 비윤석열'로 쪼개지는 상황이 됐다. 26일 윤석열캠프로 간 의원 중 일부는 경쟁후보(원희룡 예비후보) 지지자였는데, 말을 갈아타는 꼴이 되면서 감정만 상하게 됐다. 윤석열캠프에는 홍준표·유승민 측근으로 꼽히던 인사도 여럿 있다. 야권에서는 과도한 편가르기로 인해 윤 예비후보가 본경선에서 이기더라도, 나중에 '원팀'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캠프가 비대해졌지만 "실제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들린다. 대부분 세 불리기 차원에서 무차별 영입하다보니실제 캠프에 도움이 되는 인력은 많지 않다는 것. 일부 캠프 관계자들은 언론에 나와 실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캠프 관계자는 "캠프가 대규모라지만 실제 공보와 수행, TV 토론준비 등 활동하는 사람은 30∼40명이고 나머진 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 예비후보가 공식캠프보다 외곽에 있는 비공식캠프에 더 의존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 캠프로는 대선 어려워" =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본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논공행상이다. 전현직 중진이나 의원들 중에는 내년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 공천을 내심 바라고 캠프에 몸담은 경우가 엿보인다. 김태호·유정복·심재철 공동선대위원장이나 권성동 종합지원본부장, 윤한홍 총괄부실장, 박민식 기획실장, 이장우 조직1본부장, 이학재 정무특보, 주광덕 상임전략특보 등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로 거론된다. 자칫 캠프 참여와 공천이 뒤섞이면 논공행상 잡음으로 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윤 예비후보가 본선에 진출한다면 강력한 '캠프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지금의 윤 전 총장 캠프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윤 전 총장 장점은 정치를 안 해봤다는 점인데, 그가 설령 후보가 되더라도 지금 경선 캠프는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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