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공공대출보상권 "도입 필요" vs "신중하게 검토를"

2021-11-04 11:15:56 게재

도서 대출로 인한 저작자 손실 보상제도 … 출판진흥원 도입 연구에 도서관계 "부적절"

지난달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원 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시갑)은 공공대출보상권(Public Lending Right) 도입을 제안했다. 공공대출보상권은 공중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의 도서 대출로 인해 저작자에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다. 1946년 덴마크가 처음 도입한 이래, 유럽을 중심으로 30여개국에서 공공대출보상권을 시행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을 검토하는 중이다.

다만 출판생태계 주체들의 의견은 갈리는 모양새다. 출판계와 저작자는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도서관계는 이에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손실 보상" vs "시기상조" = 공공대출보상권(Public Lending Right)은 도서관이 도서를 공중에게 대출함에 따라 해당 도서의 판매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저작자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30여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저작권 보호 측면에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출판생태계 주체들의 의견은 나뉘고 있다. 대체로 출판계, 저작자 단체들은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에 찬성하며 문헌정보학 전문가, 도서관 현장에서는 이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19년 '디지털 시대의 출판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제 개선방안 연구'(법제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출판계, 저작자 단체들은 "도서관이 소장하는 도서 등의 저작물을 일반 공중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대출할 경우, 저작물의 판매기회가 상실되므로 해당 저작자 또는 출판사에 일정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문헌정보학 전문가들이나 도서관 현장에서는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현황을 고려할 때 공공도서관의 설립을 좀 더 늘려야 하고 도서관 장서 지출 예산의 증대가 요구되는 시점이므로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은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연구 결과, 대출은 도서 매출에 긍정적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올해 용역을 통해 '공공대출보상제도에 관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앞선 정부와 공공기관의 공공대출보상권 도입과 관련한 연구에서는 도서 대출이 출판 매출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연구 결과는 오히려 도서 대출이 출판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19년 '도서관 이용자의 도서관 이용 및 도서 구매 실태 설문조사' 보고서를, 문체부는 2019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수행한 '도서 대출이 출판 매출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저작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을 많이 하는 독자일수록 도서를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 보고서는 "도서관의 이용은 도서 이용에 긍정적 영향(독서 성향)을 주고 이는 도서 구매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도서관협회(도협)는 8월 입장문을 냈다. 도협은 '출판계의 저작권과 관련된 최근의 움직임에 대한 한국도서관협회의 입장'에서 "공공대출보상권은 도서관의 도서 대출이 도서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제도"라면서 "제도 도입을 위한 전제 자체가 이미 정부와 관련 공공기관의 연구에 의해서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판 영역의 공공기관이 공공대출보상권의 도입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별도의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혜수 문체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은 "올해 연말까지 관련 연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면서 "우리나라에 도입할 수 있을지, 도입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제도 도입 공청회서도 찬반 논의 = 2019년 '저작권, 지식의 공공성, 출판산업: 저작권 법규 및 제도 개선 공청회'(공청회)에서는 공공대출보상권 도입 필요성과 함께 우려가 논의됐다.

공청회에서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 '저작권자와 출판권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공공대출권 제도 도입 필요성'에서 "도서관이 구매 저작물을 여러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빌려줌으로써 독자들의 저작물 구매기회를 줄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는 시장에서의 출판물 판매 감소를 불러와 저작자의 인세수입이 줄어드는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면서 "저작자에게 재산적 손실을 보전하는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대출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정부출연을 통한 기금을 형성하며 보상 대상자를 저자 삽화가 번역가 출판사로 하는 등 구체적 안을 제시했다.

반면 이호신 한성대 크리에이티브 인문학부 교수는 토론 '공공대출권의 문제점과 최소한의 전제'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도서관의 도서 구입과 대국민 서비스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면서 "보상금을 위한 별도의 재원 마련과 공적 재원의 투명하고 합당한 분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별 운영방식 차이 = 한편 공공대출보상권을 도입한 국가들은 상황에 맞춰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법제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입법 형식 △보상 대상자 △보상 재원 △보상 대상 시설 △보상 대상 자료 △보상 산정 기준 △보상 분배 절차 △보상 분배 방식 등이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입법 형식의 경우 △별도 입법 △저작권법 체계에 포함 △행정 프로그램으로 시행 등 3가지 형식을 지닌다.

보상 대상자의 경우 △저작자 △저작인접권자 포함 △출판사 포함 등으로, 보상 재원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국가 + 도서관 △국가 + 도서관 이용자 회비 등으로 나뉜다. 보상 산정 기준은 △대출 횟수 △보유 장서량 △대출 횟수 + 보유 장서량 △구입 서적 부수 등으로 나뉜다.

예컨대, 영국은 공공대출보상권을 규정하는 법을 제정했으며 지급 금액은 공공도서관 대출 횟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2017년 기준 30개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대출 횟수를 집계, 이를 전체 공공도서관의 대출 횟수로 추산한다. 저자 일러스트레이터 등에 지급하며 출판사는 지급 대상이 아니다.

프랑스는 저작권법 체계 내에 공공대출보상권을 추가 신설했다. 보상 재원은 국가 예산과 도서관 도서구입비의 일부로 충당한다. 공공대출보상권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가 예산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지급 금액은 공공도서관이 구입하는 서적의 부수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지급 대상자는 저자 일러스트레이터 출판사다.

캐나다는 캐나다 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정부 프로그램으로 공공대출보상권을 시행하고 있다. 예술가 지원 정책의 하나로 저작자가 공공대출을 포함해 저작물의 이용과 관련한 보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국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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