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상류 영풍제련소

조업정지 10일 후 재가동 … 대표이사 영장기각

2021-11-22 11:45:36 게재

1300만 영남지역 식수원인데 … 안동호 퇴적물 '카드뮴 농도' 전국 유일 '매우나쁨'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상류에 들어선 건 1970년이다. 그때는 인근에 영풍그룹이 운영하던 연화광업소라는 아연광산이 있었다. 영풍은 1961년부터 1993년까지 연화광산을 운영했다. 광산 가치가 사라지자 환경복원 없이 매각하고 철수했다.

태백 장성병원에서 구문소 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메밀들'이란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엔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설치한 하루 2000톤 규모 '연화광산 수질정화시설'이 있다. 여기서 산쪽으로 올라가면 커다란 콘크리트 동굴 안에서 지금도 침출수가 콸콸 흘러나온다. 주변엔 흙벽돌색 폐광미 침전물이 가득하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된다. 연화광업소의 무책임한 오염 관행은 영풍석포제련소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1998년 8월 연화광업소가 폐광한 뒤 석포제련소는 호주산 아연정광을 동해항으로 수입, 트럭으로 운송해서 낙동강 상류에서 녹이고 있다. 물류나 공장입지에서도 말이 안되는 조건이다. 이 일대 낙동강은 우리나라 최남단 '열목어'(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서식지다. 이런 중요한 하천에 다슬기가 살지 못한다. 더욱이 낙동강은 영남지역 1300만명이 마시는 식수원이다.

우리나라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 1300만 영남 사람들의 식수원, 낙동강 최상류 중금속 오염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

석포역 상공에서 본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북쪽에서 남쪽으로 본 모습이다. 왼쪽으로 석포 주민들 주거지와 상가, 학교가 반경 2km 안에 위치한다. 낙동강 바로 옆 석포역에는 반출을 기다리는 황산탱크들이 줄지어 있다. 낙동강이 태극을 이루어 돌아나가는 물굽이에 1공장 2공장 3공장이 차례대로 지어졌다. 사진 중심부 1공장 뒤에는 거대한 침전저류지가 있다. 현재 이 저류지 안에서 토석류(영풍 측은 자로분철이라고 지칭)를 퍼내는 중인데, 차수막이 제거된 상태에서 토양 곳곳에 초록색 용액(영풍 측은 빗물이라고 함)이 고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18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51년 만에 첫 조업정지로 멈추었던 영풍석포제련소 굴뚝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10일 만에 조업이 재개됐다는 신호다. 공장 뒤편 산은 풀 한포기 없는 민둥산이다. 20년 동안 민둥산 면적은 오히려 더 늘었다.

2018년 경상북도는 폐수 0.5톤을 불법 배출한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물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조업정지 20일 행정처분을 내렸다. 영풍은 이에 반발해 행정처분 취소소송과 가처분신청을 냈다. 가처분신청은 인용됐지만 2019년 대구지법은 조업정지 20일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올해 5월 대구고법은 경북도의 오염물질 산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조업정지 기간을 10일만 인정했다. 이번 조업정지는 지난달 대법원이 확정한 2심 판결에 따른 것이다. 행정처분이 내려지고 3년 7개월 만에 이루어진 10일 동안의 조업정지였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지난해에도 지정되지 않은 쪽으로 중금속 오염 폐수를 배출했다는 등의 이유로 경북도로부터 조업정지 60일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 처분도 제련소 쪽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다슬기'도 살지 못하는 강 = 17일에는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강인 대표이사와 박영민 석포제련소 소장, 한득현 상무이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다. 강경호 대구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이 대표 등은 2016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카드뮴이 포함된 지하수를 1062차례에 걸쳐 낙동강으로 흘러가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고의로 유출한 사례가 40건'이라고 영장에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카드뮴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중금속이다. 영남권 1300만의 상수원이 이렇게 오염되고 있는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끌어낸 것은 영풍의 막강한 로비력을 잘 보여준다.

영풍석포제련소는 1970년 공장설립 이후 지난 51년 동안 낙동강 상류를 카드뮴 불소 비소 등 중금속으로 오염시켰다. 이 공장 하류부터 안동댐까지 낙동강 본류에는 심지어 '다슬기'도 살지 못한다.

환경부 공식 조사에서 영풍제련소 아래 낙동강 본류에서는 다슬기들이 한마리도 관찰되지 않았다.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지천에서만 8마리가 확인됐다.

환경부 조사 결과 안동호 퇴적물 속 카드뮴 농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매우나쁨' 등급(6.09mg/kg 초과)을 기록했다.

이 일대 낙동강 물고기 몸속 중금속 농도는 영풍석포제련소를 지나면서 '카드뮴 10배, 아연 2배 이상'으로 높아진다.

제련소 인근 108개 모든 지점에서 카드뮴 농도가 수질기준을 초과했다. 특히 공장부지 안에서는 최대 33만2650배, 낙동강변에서는 1만6870배를 초과했다. 공장 내 지하수에서는 최대 3326.5ppm(지하수 생활용수 기준 0.01ppm), 공장 인접 낙동강변에서는 168.7ppm의 카드뮴이 나왔다.

공장 인근 낙동강에서도 하천수 기준의 4578배에 이르는 22.89ppm의 카드뮴이 검출됐다. 이 일대 낙동강의 카드뮴 농도는 △제련소 상류 '먹는물 기준치 이내' △제련소에서 소천댐까지 '기준치 초과' △현동천 합수지점 이후 '기준치 이내'로 나타났다.

◆반경 2km 안에 초등학교까지 = 공장 주변 토양오염도 심각했다. 영풍제련소 반경 4km 내 448개 조사지점 중 344개 지점(76.8%)에서 중금속 5종(비소 카드뮴 아연 납 구리)의 우려기준을 초과했다. 제련소 서쪽 인근 산림 약 433ha에서 식생 고사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경 4km 내 토양 80% 가까이가 '중금속 오염 우려기준 초과'로 나왔는데 반경 2km 안에 있는 석포3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산다. 사원아파트 관공서는 물론 아이들이 공부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있다.

◆차수막 아래 초록색 용액 = 영풍제련소 1공장 뒤에는 거대한 침전저류지가 있다. 한때 초록색 호수 위에 선박까지 운행했던 곳이다. 지금 이곳에 타워크레인을 설치해 바닥에 쌓인 토석류를 퍼내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바닥에 깔렸던 차수막은 제거되고 맨바닥이 드러난 상태에서 공정용수로 보이는 초록색 용액이 군데군데 고여있다.

여기에 대해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는 "침전저류지에 보관중인 자로분철을 공정에 투입해 유가금속을 회수하고 클린 슬래그화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장비를 이용해 자로분철을 밖으로 퍼내는 작업을 하는 중이고, 초록색 용액은 빗물이 고인 것으로 곧바로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 = 글 ·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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