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자 봉지 대부분 '연료'로 재활용
물질재활용 실증플랜트 단계
비닐봉지 접어서 버리면 안돼
라면 한봉지를 끓이면 비닐봉지가 3개 나온다. 라면 봉지, 분말스프 봉지, 건스프 봉지다. 라면 봉지는 폴리프로필렌(PP)과 알루미늄 복합재질, 스프 봉지는 폴리에틸렌(PE)과 알루미늄 복합재질, 건스프 봉지는 폴리에틸렌(PE) 단일재질이다.
라면 봉지는 성질이 단단해 구김이 덜하고 제품의 형태를 잘 유지시켜주는 폴리프로필렌(PP)을 쓴다. 크기가 작은 분발스프나 건스프 봉지는 낮은 온도에서 열접착이 잘되는 폴리에틸렌(PE)을 쓴다.
라면 봉지는 여러 재질의 얇은 필름이 겹쳐진 '다층포장재'다. PP PE PA(폴리아미드) PET(폴리에틸렌프탈레이트) 알루니늄막 등 2~3겹 이상의 필름을 겹쳐서 제조한다.
과자나 라면 커피믹스 즉석조리식품 등의 포징재는 대부분 이런 다층포장재를 쓴다. 식품 포장재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산소 수분 빛 충격 열 등 다양한 외부충격에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끓는 물에 데워서 먹는 즉석짜장 소스 포장은 내열성이 좋아야 한다. 냉동만두 포장재는 영하 20도에도 찢어지거나 부서지면 안된다. 이런 다양한 물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재질은 없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을 가진 여러 종류의 재질을 겹쳐서 만든다.
PP PE 등은 원래 유연한 성질이기 때문에 가소제를 넣지 않는다. 끓는물에 넣어도 디에틸프탈레이트(DEHP) 같은 환경호르몬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커피믹스를 봉지로 저으면 안된다. 찢어진 단면으로 인쇄 성분이 녹아나올 수 있다.
문제는 재활용이다. 라면·과자 봉지는 색깔이 다양하고 많은 그림과 글씨가 인쇄된 상태다. 투명 페트병처럼 물질재활용은 어렵다. 이런 봉지들은 에너지로 재활용된다. 태워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분리 배출되는 비닐류의 80% 이상은 연료로 재활용된다. 기름이나 음식 부스러기 같은 미세한 이물질까지 완벽하게 제거할 필요는 없다. 조금 남은 스프도 마찬가지다. 스프를 개수대에 버리면 이걸 정화시키는 데 물이 더 많이 필요하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라면·과자 봉지 등 비닐 쓰레기는 딱지로 접거나 매듭을 묶어서 버리면 안된다"고 당부한다.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분류할 때 딱지가 되면 무거워져 선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비닐봉지의 물질재활용은 공정이 복잡해 아직 실증 플랜트 단계"라며 "2년 정도 후에는 라면·과자 봉지도 각 물질별로 재활용하는 진정한 재활용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