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

"새로운 친환경 열분해 촉매시스템 개발"

2021-12-01 12:38:27 게재

폐플라스틱이 재생유로, 자원순환경제 구축 … 중소기업·정부·대기업 협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시대 필수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을 그냥 버릴게 아니라 열분해 기술을 적용하면 훌륭한 원료로 재탄생시킬 수 있어요. 폐플라스틱이 청정재생유로 탈바꿈하는 거죠. 여기에 새로운 열분해 촉매 시스템을 개발해 재생유(열분해유)에 포함된 염소 비중을 최소화했습니다. 이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잖아요. 10여 년 전만 해도 큰 관심이 없던 기업들의 문의가 늘고 있어 뿌듯합니다."

11월 17일 인천시 서구에서 만난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에코크레이션은 연매출 70억원, 직원수 20여명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 전문업체다. 열분해 유화기술이란 간단히 얘기하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 등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등을 고열에 녹여 액체연료인 재생유로 변환시키는 방법이다.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가 새로운 친환경 열분해 촉매시스템이 적용된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기를 소개하고 있다. 염소 함량을 종전 대비 80% 이상 제거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2021년 환경기술개발 우수성과 20선'에 선정되고 정부의 '신기술인증'도 통과했다. 사진 이의종


열분해유는 주로 난방이나 발전용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고품질의 경우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재활용될 수도 있다.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발생량 중 열분해 처리 비중을 0.1%에서 2025년 3.6%, 2030년 10.0%로 높일 예정이다.

전 대표는 "열분해 과정에서 파라핀 성분이 나와 기계에 축적되면 폭발 등 여러 문제가 일어난다"며 "게다가 염소 성분이 들어간 재생유를 태우면 1급 발암물질인 1,4-다이옥신이 나와 치명적일 수 있는데 이번에 개발한 촉매제로 이 같은 걱정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에코크레이션은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과 공동으로 '생활폐기물 재활용 기술개발 사업(저염소 청정재생유 생산을 위한 촉매 및 품질개선 기술 기반 실증플랜트 건설)'을 진행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시 촉매 및 인화점을 조절해 종전 대비 염소 함량을 80% 이상 제거한 청정재생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최근 '2021년 환경기술개발 우수성과 20선(자원순환분야 최우수)'에도 선정됐다. 우수한 환경기술을 국가가 평가·인증하는 사업인 '신기술인증(NET)'도 통과했다.

전 대표는 "환경 측면에서는 당연히 물질재활용이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의 경우 우리나라 폐기물 분류 시스템 특성을 반영해 순도가 낮은 폐플라스틱들 위주로 열분해를 해도 수율(기름이 나오는 비율)이 약 60% 정도로 안정적으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물질재활용이란 폐기물을 다시 회수해서 원료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 간의 협업으로 이뤄진 게 특징이다. 중소기업인 에코크레이션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축이 돼 신기술 개발을 했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실제 판매로도 이뤄질 수 있도록 네트워크도 만들었다. 국내 종합화학 대기업인 SK지오센트릭이 이번 신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직접 지분투자 의사를 밝혀왔다.

전 대표는 "정부와 기업간 사업비를 일정 부분 분담해서 기술 개발을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깐깐한 기술 인증을 통과했다는 점이 시장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며 "10여년간 힘겹게 버텨온 게 결실을 맺어 기쁘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어요. 열분해기술에 대한 '반짝' 관심으로 끝날 게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필(必)환경시대'를 맞아 탄소중립과 폐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더 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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