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소연 피씨엘 대표
"의료와 환경 융합으로 신기술 개발"
하·폐수 속 신종오염물질 조기 확인 … 빠르게 검사 가능하고 비용 절감, 해외시장 겨냥
"이번에 개발한 상하수도에 존재하는 미확인 오염물질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기술(DNA항체비드를 이용해 병원성 미생물 농축분리)은 아주 간단히 얘기하면 질병을 조기에 검사할 수 있는 시료를 환경시료로 바꿨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신종오염물질이 하·폐수나 수계 등에 존재하는지를 빠르고 저렴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1일 서울 송파구 법원로 인근에서 만난 김소연 피씨엘 대표(고려대 융합연구원 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피씨엘은 2019년부터 '생물학적 분석기법 기반 미확인 및 혼합 미량오염물질 측정 및 분석 기술 개발'을 해왔다. 생활 하·폐수나 방류수 등에 떠다니는 유해 미생물, 병원균, 각종 오염물질들을 단시간에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DNA 항체를 기반으로 수질오염 측정대상의 상태를 최대한 변화시키지 않고 물 속 유해미생물을 측정할 수 있다. 2008년 문을 연 피씨엘은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문 회사다.
김 대표는 "최근 증가하는 미량 및 신종오염물질이 상하수도나 수계 등에 존재하는지 신속하게 검출해야 하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종전 분석법은 고가의 검사장비와 복잡한 시료 전처리 등의 문제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의료 분야에서 쓰이는 신속(RAPID) 진단키트의 환경시료 적용을 통해 분석 시간과 비용을 절감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검출 소요시간은 10분 이내, 분석 비용은 1만원 미만으로 활용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상하수도나 수계 등에 어떠한 오염물질이 있는지 확인하는 종전 방식(대형 분석장비, 미생물 배양 분석)은 분석 시간만 2~3일 걸렸다. 비용도 20만원 정도 들어갔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상하수도 등 수질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물 뿐만 아니라 공기 토양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보건의료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피씨엘은 이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항원검사 키트를 만들어 상용화에 성공도 했다. 침(타액)으로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키트를 국내 판매는 물론 오스트리아 등 해외에도 수출 중이다.
김 대표는 LG생명과학기술원 연구원에서 동국대 교수를 거쳐 고려대 융합연구원 교수로 활동 중이다.
면역진단 연구 등을 주로 해온 연구자가 창업에 도전해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 기술들의 미래 성장가능성을 봤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17년에는 코스닥에 기술특례 상장도 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국내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물 등 각종 환경매체에 어떤 오염물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민간협회 등이 마케팅 대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해외 수출이 목표입니다.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서 하는 기술개발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도 일부 계셨어요. 하지만 기초 연구개발(R&D)은 물론 응용 R&D도 분명 필요해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사회 현안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여러 가지로 이점이 더 많죠.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