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속 가능한 농업과 미래 '탄소중립'이 답이다

2021-12-16 11:04:05 게재
김상남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얼마 전 도쿄올림픽을 보며 5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던 한 선수가 떠올랐다. 바로 호주 북동쪽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의 역도 선수 카토아타우이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물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키리바시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경기 후 춤을 추며 퇴장했다. 그의 몸짓은 경기를 보는 모두를 웃게 했지만, 그 어떤 기후학자의 경고보다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5년이 지난 지금, 키리바시는 안녕할까? 키리바시는 여전히 조금씩 사라지고 있으며, 2050년이면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긴다고 한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내로 억제하고 2℃보다 아래로 유지하자고 195개 나라가 합의한 파리협약으로부터 6년이 지났다. 파리협약에서 논의된 새로운 기후 체제가 적용된 지 이제 1년도 안 된 시점, 기대에 찬 인류 앞에 떨어진 것은 '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Code red)'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얼마 전 6차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는 인간 영향에 의한 것이 명백'하며, '지금과 같은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된다면, 2021~2040년 중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애초 예상했던 2030~2052년보다 10여 년이나 빠른 것이다.

세계가 이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누적 배출량 때문에 크게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이번 세기말에는 1.5℃ 이하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희망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이제 탄소중립은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OECD 국가 중 5위 수준으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7억2760만 톤이었다. 이 중 농업이 차지하는 양은 2.9%로 다른 산업보다 비중은 크지 않았으나 농업은 인류의 식량을 책임지는 중대한 역할을 맡았기에 지속 가능함을 전제로 한 발전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농업은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도 생산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신품종과 영농법 개발, 병해충과 재해 예방 등의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신기후체제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분야별 전략을 마련하고 실천 중이다.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확한 산출을 위해 우리나라 고유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개발하고 있으며, 물관리를 통한 벼농사 탄소배출 감축 기술, 가축분뇨 자원화 등 탄소 감축 기술, 농경지 탄소 저장능력 확대 기술개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농업 기상을 예측해 적응과 완화를 위해 개발한 기술을 검증하고, 기상재해와 온실가스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기후변화 영향 예측·적응 연구동'을 만들어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중립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인류는 답을 찾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처음 시작한 날 백신을 개발한 제약회사 본사에 걸렸던 '과학이 승리할 것이다(Science will win)'라는 말처럼, 우리 농업도 다양한 기술개발로 탄소중립을 이뤄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