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감사에도 '생태계 건전성 악화'는 공통

2021-12-20 11:21:33 게재

수변부 직선화, 서식처 훼손

개방 이후 멸종위기종 돌아와

이명박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4대강사업 감사만 5번째다. 그만큼 논란이 많은 국책사업으로 '정권에 따라 감사결과도 춤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어느 정권에서 한 평가든 공통된 사항은 하나 있다. 바로 '생태계 건전성 악화'다.


박근혜정부 시절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된 평가라고 강조한 '4대강사업 조사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조류 포유류 양서파충류 등 수변육상생물의 경우 서식처 감소로 생물다양성이 저하됐다. 생태하천의 경우 강의 수변부가 직선화되고 하중도(곡류하천이 유로가 바뀌면서 하천 가운데 생긴 퇴적지형)와 모래톱이 상실돼 전반적인 서식처 다양성이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4대강 보를 개방하고 나서 모래톱이 살아나고 사라졌던 멸종위기종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보 구간들에서 동일한 결과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전반적으로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물로 단절된 하천 연결성 살아나 = 금강 세종·공주보는 3년 이상 완전개방 중이다.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 지난 9월 발표한 '4대강 보 개방·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개방 뒤 체류시간이 공주보는 최대 88%, 세종보는 최대 86% 줄었다.

자연히 유속이 증가(공주보 최대 232%)함에 따라 물 흐름도 개선됐고 여울이 형성되면서 어류, 저서동물 등 수생생물 서식 환경이 다양해졌다.

물새류와 표범장지뱀 삵 수달 등 서식환경도 개선됐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표범장지뱀은 하천변 모래땅에 산다.

또한 담수와 해수를 왕래하는 특성을 보이는 주연성 어종인 숭어가 6월 다시 출현했다. 가숭어는 지난해 8월 확인됐다. 이는 구조물로 단절된 하천 연결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어류 건강성 지수(FAI)도 좋아졌다. 세종보의 경우 보 개방 전(2013년~2017년 10월) 35.6(표준편차 ±14.3)에서 보 개방 후(2018년 6월~2021년 6월) 51.3(±13.4)으로 상승했다. 공주보는 보 개방 전 35.4(±5.4)에서 보 개방 뒤 44.0(±10.8)으로 증가했다. 어류 건강성 지수는 조사 지점에서 채집된 어류상의 군집 정보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8가지 지표를 종합해 수생태계 건강성을 산정·평가하는 지표다.

◆제대로 평가 못한 낙동강, 수변공간 확대 = 낙동강 수계의 경우 안동·임하댐 하류의 낙동강 본류에 국가하천인 내성천 감천 금호강 황강 남강 등이 차례로 합류한다.

낙동강 본류에 내성천이 합류하면서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를 지난다. 금호강 합류 뒤 달성보와 합천창녕보를 지나며, 합천댐 하류인 황강과 남강댐 하류인 남강이 합류하면서 창녕함안보로 유입된다.

이처럼 다른 수계에 비해 보가 많지만 대부분 부분개방만 한 채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4대강 보 개방·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개방 폭이 컸던 하류 2개 보(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의 경우 수변 서식공간이 확대됐다. 하지만 짧은 보 개방 기간과 작은 수위 변화로 어류나 저서동물 어류 건강성 지수 변화 확인은 어려웠다.

합천창녕보는 1일부터 다시 수문을 개방했다. 22일에는 해발고도 4.9미터까지 수위가 내려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완전개방 상태가 된다. 합천창녕보 수문 개방은 달성보 직하류까지 영향을 미친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달성보 합천보 사이에 벌써 모래톱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낙동강은 수문이 다 열린 적이 없기 때문에 변화 추이를 제대로 알 수가 없는 만큼 모니터링을 위해서라도 보를 제대로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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