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들인 광주풍암호수 수질 '엉망'

2021-12-22 12:40:41 게재

30억원 넘는 예산 들이고 수질 개선효과 거의 없어

국비 25억원 사용 불투명

광주광역시와 서구가 하루 3000여명이 찾는 풍암호수 수질개선에 3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였지만 개선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풍암호수가 민간이 개발하는 사업지구에 포함되면서 어렵게 확보한 수질개선 사업비마저 못 쓰는 옹색한 처지에 놓였다. 민간개발사업에 국비를 사용할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축구장 527배 크기인 풍암호수(376ha)는 1951년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됐지만 주변이 개발되면서 해마다 녹조와 심한 악취가 발생했다. 수질개선을 위해 정화시설을 설치했지만 깨끗한 물이 유입되지 않아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광주시와 서구는 2018년 33억원을 들여 5km 밖에 있는 영산강 물을 끌어와서 고인 물을 순환(1일 7500톤)하는 수질개선 사업에 착수했다. 지난 5월부터 영산강 물이 공급되면서 악취와 녹조가 해소됐지만 수질은 여전히 엉망이다.

하루 3000여명이 찾는 광주 풍암호수 녹조 및 악취가 해소됐지만 수질개선이 여전히 안되고 있다. 방국진 기자


서구가 실시한 '풍암호수 수질검사 현황'에 따르면 부유 물질량과 화학적·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총인 및 총질소 함량의 변화가 거의 없다. 특히 총질소는 여전히 매우 나쁨(1.5mg/L 초과) 상태이고, 총인 역시 여름철 곳곳에서 '나쁨(0.15mg/L 이하)'으로 측정됐다.

검사를 맡은 광주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총인과 총질소 비율이 높다는 것은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수질이 엉망인 이유는 영산강 물 자체가 깨끗하지 않은 데다 비가 내릴 때 주변 생활쓰레기가 유입돼서다. 이 때문에 풍암호수를 관리하는 서구는 지난 7월 수질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전담회의(T/F)를 다시 가동했다. 서구는 또 풍암호수 수질개선을 위해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계비 3억원을 국비로 확보했다. 이 사업에는 모두 2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예산은 풍암호수 일대가 민간공원 특례사업(중앙공원 1지구)에 포함돼 사용할 수가 없는 상태다. 민간이 개발하는 사업에 국비를 사용할 경우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민간사업자도 이를 우려해 예산 사용을 거부했다.

중앙공원1지구 개발회사 관계자는 "국비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서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난감해진 서구는 용역을 통해 사용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중앙공원1지구 개발사업자가 풍암호수 수질개선에 250억원 가량을 투입한다는 점이다. 이 내용은 중앙공원1지구 개발사업에 포함됐다. 민간사업자는 대규모 수질 정화시설을 설치해 3급수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연간 10억원 이상 들어가는 유지관리비가 발목을 잡았다.

개선안으로 하루 250톤 이상의 맑은 물을 유입하고, 호수의 면적은 유지하되 수심을 다소 낮춰 담수를 조절하는 방법을 도출했으나 이 마저도 호수 원형을 훼손한다는 반발에 부딪혀 합의에 실패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합의안 도출이 무산되면서 현재로서는 확정된 수질개선 방안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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