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처벌 강화, 성범죄 피해자 위축시킬까
형사전문변호사들도 입장차 뚜렷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성범죄 처벌 강화와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성범죄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국민 사이에 공감대가 크지만 '무고죄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피해자 증언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는 견해와 "악의적인 고소·고발에 대해서 책임추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성범죄 사건을 다수 다뤄본 형사전문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입장차가 뚜렷하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17일 "무고죄 처벌을 강화할 경우 성범죄 피해자의 기본권이 형해화되거나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27조5항에 규정된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고소와 피해진술이 요구되는데, 가해자가 제기한 무고 고소가 피해자에 대한 맞불 수사를 가져올 경우 진술권이 위축되고 그에 앞서 고소권도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천 변호사는 "무고는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신고를 할 경우 성립하는데, 어느 정도의 허위신고의 경우 형사입건하고 기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단순한 정황의 과장인지, 허위 사실 신고인지를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성범죄 피해신고를 무고로 취급할 경우 고소권이 제약되고 2차 가해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도 "성범죄에 대한 무고가 실재하고 심각한 피해를 가져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고죄에 대한 엄격한 수사와 처벌은 피해자 증언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진술했는데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과 불일치할 수도 있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진술한 것인지, 무고를 한 것인지를 가릴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심각한 허위 고소가 아닌 경우 무고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성범죄 피해자 위축 가능성이 낮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는 "허위사실을 신고했다고 해도 모두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고, 신고 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에도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데 불과한 경우라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성범죄를 고소한 후 피고소인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고 해도 많은 경우가 이에 해당해 무고죄 처벌 강화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지욱 변호사(법무법인 재유)도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성폭력피해자 주장이 상당부분 신뢰가 있고 무고 고의가 명백하지 않다면 쉽게 형사입건 하지 않는다"며 "성폭력피해자는 보호대상이어야 하지만 무고 역시 분명한 범죄로 성범죄가해자에 대한 강한 형사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악의적인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