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마다 회계운영 제각각 "회계기본법 만들자"

2022-03-30 11:04:20 게재

기업·공익법인·사립학교·의료기관 등

회계담당 주무관청, 적용 기준 달라

"중소기업은 현실 고려해 탄력 운영"

기업과 공익법인, 사립학교 등 사회조직마다 회계운영방식이 달라서 발생하는 운영상의 비효율을 막고 일관된 회계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해 회계업계에서 새 정부에 '회계기본법 제정'을 제안했다.

한국회계학회가 29일 '공정과 신뢰회복을 위한 회계 개혁 제언'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온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직유형별로 근거법률이 다르고 주무관청이 다르다 보니 주기적 지정제, 감사보고서 감리제도 등 유사한 기능을 각기 다른 부서에서 수행함으로써 운영상의 비효율이 발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재무제표의 용어조차 통일되지 않아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계제도, 미래로의 개혁'을 소주제로 발표한 박 교수는 "영리·비영리법인을 포함해 모든 조직의 회계에 기본적이고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항을 규정한 회계에 관한 일반법(회계기본법 또는 회계투명성 제고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부감사·감사인지정·감리제도' 의료기관은 열외 = 현재 기업과 같은 영리법인은 상법·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에 근거해 금융위원회가 회계감사 전반을 감독하고 있으며,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외부감사 등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익법인과 사립학교, 의료기관 등은 각각 상증세법(주무관청 기획재정부), 사립학교법(교육부), 의료법(보건복지부)에 따라 제도가 시행·운영되고 있으며, 내부회계관리제도(내부통제제도)는 시행되고 있지 않다. 특히 의료기관은 외부감사와 감사인지정제도, 감리제도에서도 열외다. 회계기준도 각기 다르다. 영리법인은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와 일반기업회계기준이 적용되지만, 공익법인은 공익법인회계기준, 교육부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의료기관은 의료기관 회계기준규칙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박 교수는 "용어의 정의, 재무제표의 작성과 공시,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시행, 외부감사, 감독 및 제재와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들이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며 "회계기본법(가칭)은 우리 사회 전반의 회계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교수는 현행 '규정 중심' 감독제도의 혁신에 대해서도 주문했다. K-IFRS가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회계처리는 복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처리가 전체적으로 국제회계기준이 제시한 원칙에 부합하면 기업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재를 목적으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회계감독의 목적은 정보이용자들에게 신속·정확한 재무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는데 있다"며 "사후 징계보다는 회계분식이나 부실감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가 3년에 1회 이상 정기보고서에 대한 심사를 실시하도록 법제화돼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상장회사 재무제표 심사주기가 13년으로 상당히 긴 편이라서 신속한 오류 정정을 유도하기 위해 재무제표 심사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회계인력 부족" = 강화된 회계제도를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상장회사)과 투자자 보호간의 조화를 고려한 회계제도의 운영도 제안했다.

2020년말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 중 총자산 규모가 1000억원 미만인 회사는 개별 재무제표 기준 713개(50.42%), 연결 재무제표 기준 422개(37.58%)로 비중이 높다. 특히 2020년에 코스닥 상장기업 중 개별 재무제표 기준 42.43%에 해당하는 600개 기업이,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43.19%에 해당하는 485개 기업이 순손실을 기록했다.

박 교수는 "기술특례 상장기업 등 중소기업들의 경우 회계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회계관리 등을 완벽하게 구축해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법인 16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20년말 기준 회계부서 인원이 10명 이상이라고 답한 기업은 1곳에 그쳤다. '3명 이상 5명 미만'이 96곳(약 58%)으로 가장 많았다. 3명 미만이라는 응답도 29곳(약 18%)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금융위원장이 2023년부터 상장 중소기업에 적용할 예정인 내부회계 관리제도의 외부감사 의무화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오스템임플란트와 계양전기 횡령사건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일부 예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정책방향이 수정돼서는 안되고,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탄력적인 정책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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