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덕수 후보자 검증에서 또 불거진 '퇴직관료 전관예우'
'김앤장 고문', 11년만에 25명서 149명으로 5배 늘어
기재부·공정위·국세청·금융위 관료, 로펌행
최근엔 문화·노동·방송통신위 출신도 인기
'관료→로펌' 전관, '로펌→관료' 회전문 논란
강병원 "무리한 부탁, 공무원 수용 강제" 지적
한덕수 총리후보자의 '행정부 고위관료→로펌→행정부 고위관료'로 이어지는 회전문 이동에 대해 '이해충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행정부 고위관료가 '로펌'에서 할 수 있는 게 결국 '로비스트' 역할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로펌'에서 대규모 수입을 얻은 후 행정부 고위관료로 돌아올 수 있다고 예상된다면 '로펌'의 부탁(로비)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21일 한 후보자 청문위원인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한 후보자는) 국무총리로 퇴임한 이후 김앤장에서 20억을 받은 사람을 다시 최고위 공직에 앉힌 것 아니냐"며 "회전문 인사가 공직사회에 전달하는 충격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전직 고위 공직자가 언제든 공직사회에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므로 공무원들이 무리한 부탁과 청탁마저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라며 "회전문 인사가 공직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원천 차단하고 고위공직을 지낸 자가 국민이 위임한 권한과 권력을 축재의 수단으로 삼는 행태를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했다.

◆김동연 "전관예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 한 후보자 논란과 관련,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대형로펌의 강도 높은 영입 제안을 소개하면서 '전관예우 근절'을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2014년 국무조정실장 퇴임 후 대형 로펌들에서 제의가 쏟아졌다. 문재인정부 경제부총리 퇴임 후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연봉 10~20억 원대를 제시하거나 심지어 백지수표를 내민 곳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들의 전관예우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면서 "전관예우는 공직자의 청렴을 해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기득권을 강화하게 된다"고 했다.
로펌들이 고위공직자의 '전관예우'를 바라고 '전관영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차관들도 로펌으로 = 고위공직자들이 퇴직이후 관료경력을 활용해 로펌으로 많이 이동했다. 법률회사인 로펌에는 변호사 못지않게 비변호사들도 많다. 회계사 세무사 등도 적지 않지만 '전문위원'이나 '고문'이라는 직책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법률적 조언 외의 '수익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법률컨설팅보다 입법, 정책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영향이다. 규제를 만드는 정부와 이를 현실화시키는 입법부가 주요 타깃이다.
경실련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2016년~2021년 8월까지의 퇴직공무원 취업심사현황자료'를 보면 취업제한이나 취업승인심사를 받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의 퇴직공무원은 588명이었으며 이 중 10%에 가까운 53명이 법무, 회계, 세무법인에 취직했다.
이달 20일 현재 김앤장 홈페이지를 통해 확보한 고문 등 전문인력 명단을 보면 모두 148명이며 이중 101명이 정부부처와 입법부에서 나온 '전관'이다. 입법부 사무차장 출신 2명을 제외하면 99명이 정부부처 전직관료라고 할 수 있다. 전문인력은 대부분 고문이며 세무사, 노무사 등도 적지 않았다. 국세청, 금융감독당국, 공정위 출신이 많았다. 국세청 고위 관료로는 박윤준 전 차장과 함께 김연근(서울), 김희철(서울), 김용준(중부), 김은호(부산), 서진욱(부산), 임창규(광주) 홍철근(대구) 전 지방국세청장이 눈에 띄었다. 금융감독당국 출신으로는 양천식(전 금융위 부위원장) 고문과 금감원 부원장 출신인 이장영, 김대평, 주재성, 김건섭, 전홍렬 고문이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에서도 서동원 전 부위원장, 이동규 전 사무처장이 고문명단에 들어가 있다.
최근에는 각종 플랫폼 규제, 바이오, 의료, 노무, 환경 등으로 방송통신위원회, 보건복지부, 문화부, 노동부, 국토부, 환경부 출신 관료들도 인기가 많다. 송수근 전 문화부 1차관, 여형구 전 국토교통부 차관, 권도엽 전 국토부장관, 이경호 전 복지부차관, 김용수 전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고정식 전 특허청장, 이재훈 전 산자부 2차관,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 정종수 전 노동부 차관, 이규용 전 환경부 장관, 이정섭 전 환경부 차관,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기묵 전 서울경찰청장, 박흥신 전 주프랑스대사 등도 고위관료로 일하다가 김앤장에 몸은 담갔다. 입법부 출신으로는 임인규, 구희권 전 국회 사무차장들이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부적절한 로비 가능성 끊어야" = 전직관료들의 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게 문제다.
경실련은 "대형 로펌들은 전직관료들을 영입해 자신들의 영업활동의 영향력 확대를 하고 있다"면서 "대형 로펌에 취업한 퇴직 공직자들은 공직시절의 공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과거 소속 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 등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주로 대기업들의 소송 대리와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대형 로펌들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나 금감원, 국세청 등이 소송 상대기관이거나 중요 관련 기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관 퇴직 공지자들의 재취업에 대해서는 각종 부패와 부적절한 로비 등 불공정한 행위들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러한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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