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상하는 '미국식 로비스트법'

2022-04-21 11:52:02 게재

이해충돌방지법 한계

"모든 접촉 공개해야"

'암묵적 로비' 해소 필요

올해 5월부터 적용되는 이해충돌방지법으로는 퇴직관료들의 전관예우와 이들의 로비를 제대로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등록한 로비스트들의 활동을 공개하는 미국식 로비스트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경실련은 "오는 5월 19일에 시행될 예정인 '이해충돌방지법' 제15조에서는 퇴직자 사적 접촉 신고를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퇴직자와의 사적 접촉 행위가 골프, 여행, 사행성 오락에 한정되어 있어 식사나 그 밖의 사적 접촉 행위에 대한 제재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직자가 아니게 된 날부터 2년 이내의 자에 한함'이라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2년 이후 퇴직자와의 사적 접촉은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앤장 등 로펌이나 기업에서는 장기간 퇴직관료들을 채용하고 있어 사실상 이해충돌방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실련은 따라서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로비활동을 방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퇴직공직자의 '존재'만으로도 그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엄연한 현실을 감안하여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제15조에서 제한하는 '사적 접촉 행위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로비의 제도화'를 연구해온 조승민 국민대 교수는 "현행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로비 행위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로비 행위가 당연한 권리로 허용되는 미국에서도 로비가 가지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가 마련돼 있다. 그 규제의 핵심은 로비행위에 대한 전반적인 공개"라고 했다. 공개되지 않은 '성공한 로비'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는 현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또 금품수수 여부나 대가성 유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법부와 달리 "로비행위의 영향력이 금전거래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영향력 행사에 대한 보상 역시 사안별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로비스트'의 양성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여전히 많다. 또 돈을 주고 로비스트를 고용해 압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모 전직 국회 보좌관은 "로비스트법은 여러차례 국회에 상정됐지만 논의과정이나 국민여론이 나빠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면서 "로펌이나 기업들의 암묵적 로비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를 양성화해 공개하는 게 오히려 더 투명해질 수 있고 로비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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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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