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서비스 사각지대 해소
시간제 보육 활성화·거점 어린이집 필요
이른 출근·늦은 퇴근 시 아이돌봄 어려움 … "지역별 고른 보육 인프라 확충해야"
영유아(0∼5세) 양육자들은 아침 이른 시간대와 늦게 퇴근할 경우 아이돌봄에 어려움을 겪는다.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취업자는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거나 부모가 아플 경우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돌봄을 맡기기도 쉽지 않다. 시간제 보육제도가 있지만 이용률이 높지 않고 거주 지역에 관련시설이 없는 지자체도 많고,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보육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시간제 보육 활성화와 지역별 고른 보육 인프라 확충 등을 주장한다.
보육환경을 살펴보고 영유아의 온전한 보육과 양육자 지원을 위한 보육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모색한다.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가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나 취업활동을 하는 양육자의 출퇴근 시간대와 보육시설 운영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 아이돌봄의 어려움을 경험 한다.
2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특히 취업 중인 양육자가 주로 겪는 어려움은 △이른 출근 및 늦은 퇴근 시 양육 △갑작스러운 긴급상황에서의 보육 △보육·교육기관의 부모참여에 대한 부담 순으로 나타났다.
최 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8일 "가정 양육자나 어린이집 보육 이용 양육자나 외벌이 맞벌이 모두 어떤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아이들을 돌보기 힘든 경험을 한다"며 "시간제 보육을 활성화하고 국공립어린이집 중 거점시설을 마련해 기존 보육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부모의 돌봄휴가를 코로나 시기 이후에도 유급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간제 보육반 없는 지역 우선 설치 =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간제 보육지원 사업은 가정양육수당 수급자의 6∼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긴급·일시적 보육시설 이용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용 시간당 4000원, 보육료 중 1000원을 본인이 부담한다. 3000원은 정부가 지원하고 시간단위로 돌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22년 복지부 예산검토보고서에서 "지역별로 고른 시간제보육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간제 보육반은 2017년 전국 437개에서 2021년 890개로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지역별 가정수당 수급자수 대비 시간제보육반 인프라가 격차가 있고 시간제보육반이 없는 지역도 있다.
2020년 12월 말 기준 지역별 가정양육수당 수급자 중 6∼36개월 미만 영유아는 경기도가 11만306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부산 경남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시간제 보육반은 서울이 125개로 가장 많았고 경기 부산순으로 나타났다. 시간제보육 1개반당 시간제 보육을 이용할 수 있는 가정양육수당 수급자는 평균 568.6명이었다. 지역별로 나눠 보면 최소 307.1명(제주)부터 최대 1242.4명(경기도)까지 격차가 컸다. 서울은 모든 구에 시간제 보육을 제공하는 기관이 있다. 하지만 두번째로 시간제 보육기관이 많은 경기도는 동두천시 과천시 안성시 등 7개 기초자치단체에 시간제 보육 제공기관이 없었다.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시간제 보육 제공기관이 있는 시·군·구는 164개(71.6%)이고 65개(28.4%) 시·군·구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가정양육수당 수급자가 시간제 보육 제공기관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시간제 보육을 이용하려면 인접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보육실태조사에서 시간제 보육에 대한 조사 결과 '모른다'는 비율이 46.4%, 알고 있으나 이용 경험이 없다가 41.2%, 이용 경험이 있다고 한 비율이 3.2%로 낮게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보고서는 "시간제 보육지원이 부모의 병원 이용과 외출·시간제 근로 등 일시적 필요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임을 고려할 때 가정양육수당 수급자가 시간제 보육을 이용함에 있어 거주지가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별 수요를 파악해 시간제 보육 제공기관이 설치되지 않거나 부족한 시군구에 신규 기관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간제 보육기관 수월하게 찾게 지원해야 = 그동안 시간제 보육서비스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홍보·안내를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제 보육서비스 이용의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접 제공기관을 찾고 신청하는 단계에서부터 웹페이지와 모바일 앱의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사용자 의견이 누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구글 플레이 앱 스토어 '아이사랑'앱에 대한 4803명의 평가도 5점만점에 2.2점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시간제보육의 중요전달체계로서 아이사랑 웹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검색 기능, 지도 서비스 및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인접기관 안내 제공 등 민간에서 널리 사용하는 접속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검토보고서에서 밝혔다.
◆국공립어린이집 신축보다 효율적 확충 필요 = 2021년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 양육자들이 희망하는 보육정책으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 2018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수준높은 보육서비스를 받고 싶은 양육자들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육정책관은 28일 "국공립어린이집을 계속 확충해 2025년까지 공공보육 이용률을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국가 보육 정책으로는 2016년부터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 주요 정책목표로 자리 잡았다. 그간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빠르게 확충해 전체 어린이집 대비 국공립어린이집 시설수는 2020년 말 2016년의 7%의 2배인 14%를 달성했다. 하지만 출생아수가 줄어듦에 따라 국공립을 포함한 어린이집의 전반적인 충원율(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2017년부터 계속 감소 추세이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어린이집의 충원율은 지역별 상당한 편차를 보였다. 국회 보건복지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최저치는 광주광역시로 전체 어린이집 평균 충원율은 67.7%이고 국공립어린이집 평균 충원율은 74.7%를 보였다. 국공립어린이집 기준 최고치는 대구광역시로 전체 어린이집 평균 충원율 72.2%이고 국공립어린이집 평균 충원율은 88.1%를 보였다.
최근 5년간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의 추세를 보더라도 지역별로 증가율의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대비 2021년 9월 기준 세종시는 514%, 대구시는 266.7% 국공립어린이집의 시설 확충이 이뤄졌고 동시에 높은 충원율을 보였다. 광주시는 국공립어린이집이 5년간 227.3% 늘어났으나 전국에서 가장 낮은 국공립어린이집 충원율을 보였다.
국회 보건복지위 2022년 예산 검토보고서는 "출생아수의 빠른 감소와 민간 어린이집 감소 추세, 어린이집 충원율의 전반적인 저하와 국공립어린이집 지역별 수급 불균형, 신축사업 집행 부진을 볼 때 신규 건설을 통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지양하고 민간어린이집 매입이나 장기임대 방식을 통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비중을 늘리며 지역별 다른 수급 여건을 고려한 효율적인 재정투자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