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희망공약 봤더니 … '진로교육 실질화' '놀이터 설치'

2022-05-17 11:36:35 게재

국민 생활 속 고충 담긴 '풀뿌리' 제안 눈길

중앙선관위, 2012년 대선부터 '희망공약제안' 운영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정책선거 만들어가길"

"안녕하세요? 저는 거여2동에 사는 6학년 어린이입니다. 거여2동에는 고학년들이 놀 공공장소가 없습니다. 대부분 저학년들을 위한 놀이터라 고학년들이 추억을 쌓을 장소가 너무 없습니다. 놀 장소가 없으면 아파트에서 놀게 됩니다. 고학년들이 아파트 안에서 놀게 되면 경비원분들도 힘드시고, 아파트 주민분들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됩니다. (중략) 거여2동에 고학년을 위한 공공장소를 만들어 주세요."

"현재 초중고 학생들의 진로 탐색 교육에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직업 탐색 교육은 학교 내부에서 직업 관련 교육을 받거나 영상매체를 통해서만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교육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략) 특정한 기간을 정해서 각자 학생들이 체험하기를 원하는 몇 가지의 직업을 선정하여 해당 기업이나 직업군과 협약을 체결하여 현장에서의 진로 체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보름 남겨둔 가운데 유권자들의 희망공약이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 공간에 마련한 희망공약제안 코너에는 동네에 놀이터를 만들어달라는 어린이들의 요청부터 기초학력 미달인 사람이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등의 생활밀착형 제안들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관심과 실천을 기다리고 있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홈페이지(policy.nec.go.kr)에 따르면 희망공약 제안이 시작된 9일 이후 일주일 간 2000여개의 지역별 희망공약이 제안됐다. 희망공약 제안에는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있는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012년 대선 때부터 유권자들의 희망공약 제안을 받고 있다"면서 "내부 심사를 거쳐 우수한 희망공약은 백서로 작성해 기록을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시작│16일 대구 달서구의 한 인쇄소에서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방금 인쇄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사용될 투표용지를 검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희망공약 중에 눈에 띄는 제안은 서울 송파구에 사는 어린이들이 올린 내용이다. 거여2동에 사는 6학년 어린이라고 밝힌 박 모 어린이는 "지방선거 후보자분들께 우리 동네의 어려움을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글을 쓴다"면서 동네에 초등 고학년 학생들이 놀 공간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어린이들이) 놀지 못하면 학업 스트레스를 풀 수 없게 된다"고 "밖에서 놀지 못하면 게임을 더 하게 되고 게임중독 어린이들이 더 생길 것"이라면서 "고학년을 위한 공공장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제안은 16일 오전 현재 14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해 모든 희망공약 중 단연 높은 조회수를 기록중이다. 거여2동의 다른 어린이들도 신호등 및 쓰레기통 설치가 필요한 장소가 어디인지 콕 집어내고 이유를 설명하며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사는 이 모씨는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면서 "공병부대 부지 복합쇼핑몰 유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산다고 밝힌 한 모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어도 기초학력 미달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해 달라고 썼다. 한씨는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기초학력 미달인 사람이 많은데 다시 공부하려고 해도 아무런 지원도 못받고 어디 들어갈 수도 없다"면서 '깡통졸업장' 졸업자들이 인터넷강의나 야학 등을 통해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다.

중앙선관위 측은 "시민들의 생활이 담긴 희망공약 제안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정책선거를 만들어가기 위해 희망공약 제안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희망공약제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편, 중앙선관위 정책공약마당에는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12개 정당들이 작성해 제출한 주요 공약들도 게재됐다. 10대 공약 내용을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첫번째 공약으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사각지대 없는 손실보상제도와 지역화폐 발행 규모 확대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맞춤형 대출지원과 채무조정 등으로 소상공인의 경영지표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문제도 각 정당의 주요 공약에 올랐다. 민주당은 2순위 공약으로 무주택자·1주택자를 지원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주택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주택공급과 시장기능 회복으로 주거안정을 실현하겠다고 2순위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 외에 민주당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 대전환, 꼼꼼한 사회안전망 구축, 청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성평등 사회 실현 등을 높은 순위의 공약으로 세웠다. 국민의힘은 경제활력 제고와 성장 기반 구축, 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환경 조성, 인공지능(AI) 교육으로 미래형 인재 양성 등을 약속했다.

정의당은 공공기관 300개와 청와대·국회·헌법재판소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다이어트' 방안을 제1공약으로 세웠다. 그 외에도 코로나19 자영업자 손실 보상,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대전환, 서민주거안정, 누구에게나 딱 맞는 지역 돌봄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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