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지방대학 역할

"규제 중심에서 창의·융복합 대학정책으로"

2022-05-31 11:37:53 게재

지방과 수도권, 대학평가 기준 다르게 적용해야 … '인재 유출과 인구소멸' 지자체와 함께 대응

지방대학 역할 재정립 방안

"지방 중소도시에서 대학이 사라지면 그 지방도 소멸한다. 결국 인구 유출과 저출산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방소멸 대책은 교육 문제와 함께 풀어야 한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학 총장이 25일 대구가톨릭대학에서 열린 '평생학습시대 지방대학의 역할 재정립' 간담회 특강에서 지역인재 유출과 지방소멸을 막을 대안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2020년 전국 출생인구가 27만명이다. 이 아이들이 대입 연령이 되는 18년 후, 80%인 20만명이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수도권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정원이 13만5000명이다. 지금처럼 수도권부터 정원을 채운다면 지방대는 모두 고사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방대 몰락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중이다. 극심한 경영난으로 인해 이번 정부에서 도산하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등록금 동결에 따른 경영난 악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평생학습시대 지방대학의 역학 재정립' 간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평생학습시대 지방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하는 우동기 대구가톨릭대학 총장. 사진 전호성 기자


우동기 대구가톨릭대학 총장은 미래교육에 맞는 창의적인 운영과정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은 국내 최초로 일반대학 학사학위과정 형태로 운영된다. 1년 3학기제로 모든 과목이 사이버강의다.

지난해 대학원에 '한국어교육학과'를 신설하면서 교육영역을 세계로 넓혀나가고 있다. 2년 과정을 이수하면 문학석사 학위(Master of Arts)를 취득할 수 있다. 졸업 후 문체부가 발급하는 한국어교원 2급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입학생 전원에게 30% 장학금을 지급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0년 취업률 조사에서 대구가톨릭대는 57.9%로 대구경북 대형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대구가톨릭의대 입시 경쟁률은 '22.4대 1'로 제주의대와 함께 지역의대 경쟁률 최고를 기록했다.

◆국가 차원 대학정책 재구조화 해야 = "정부가 각종 지표를 평가해 대학을 지원하지만 지방대 경영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 평가 기준을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우 총장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대학정책을 재구조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비수도권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보호자에게 일반고용허가제와 비전문취업비자 발급을 제안했다.

5월 25일 대구가톨릭대학 도서관에 설치된 메타버스 시스템을 설명하는 우동기 총장. 사진 전호성 기자


"수도권 대학과 지방거점 국립대학은 대학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지방대 소멸 방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코로나 학습결손을 보충하려면 계절학기와 학사편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는 "정원 외 모집 허용과 이에 따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며 "지금과 같은 규제 중심 대학정책이 아니라 창의·융복합 교육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대학과 사이버대, 일반대학을 구분하는 경계를 없애고 벤처기업처럼 대학 스스로 특성화 정책을 수립해나가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사회에 대비, 교육편제 개편으로 '입직연령'을 낮춰야 한다. 6세에 초등 1학년에 입학하고 '5-5-3'으로 초중고대학 교육과정을 직업 생명주기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문제은행식으로 전환해 자격고사로 바꾸자는 제안도 했다. 그래야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총장은 "정시모집으로는 창의적인 인재 선발이 어렵다"며 "수능제도를 바꿔야 사교육비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요즘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인재를 '핀셋선발'하는 역량을 갖췄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위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5지선다형 수능으로는 미래교육도 창의인재 교육도 불가능하다."

우 총장은 윤석열정부가 유아 의무교육, 유아교육과 보육교육 통합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부에 유초중고와 대학을 지원하는 '학부모교육 지원' 부서 설치도 제안했다.

"가정은 인성을 기르는 가장 작은, 최초이자 최고의 학교다.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 충분한지 돌아봐야 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새정부가 지방대학 소멸 방지와 평생학습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존망이 달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명식 대구가톨릭대 부총장은 '평생학습플랫폼'을 소개했다. 전 생애에 걸친 학습역량 개발과 빠른 지식변화 시대에 대응할 평생학습은 시대적 요구다.

평생학습은 입학 전부터 졸업 후까지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생애주기별 평생교육' 체계 시스템이다.

◆학사운영, 대학특성과 자율에 맡겨야 = 대구가톨릭대는 평생교육을 위해 온라인 학습체제와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플랫폼을 조성했다. 학습자는 중고등학생에서 학부모, 재학생(대학원 포함), 졸업한 대학동문, 기업인과 일반인 등을 아우른다.

학생은 기초학업지식, 학부모는 자녀교육 역량개발, 대학생은 학위과정을 취득한다. 동문은 민간자격과 직무 관련 전문지식, 기업인은 경영전문가 과정과 산학연 기술지원에 따른 수료증을 받는다.

우 총장은 '지역대학 무상교육'을 제안했다. 경북도와 각 시·군 지자체, 대학이 비용을 부담해 지역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상생장학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우수 벤처기업 수준을 뛰어넘는 지역대학의 성과도 소개했다.

경북산업대학이 전신인 경일대학은 산업현장 밀착형 실무교육을 특화시켰다. 공학 분야 60년 노하우를 지역 산업수요와 접목시켰다. 그 결과 졸업생 80% 이상이 대구·경북지역 기업에 취업한다.

경일대학은 최근 대구·경북지역 주력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음을 감지하고 산학연 협력을 통한 혁신 역량 강화에 나섰다. 4차산업혁명에 따른 ICT 융합산업 구조 고도화로 대학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자동차 부품과 전자정보기기 등 제조업 중심의 부가가치 창출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한 대학정책이 '세상키움 + 학생키움' 프로그램이다. 세상키움 솔루션을 구축하고 학교에 관련 기업을 설립했다. 자율주행차융합기술연구소, 스마트테크 분야 신인재 육성 과정 등 '키움' 성과를 지역 및 산업계로 공유·확산시키고 있다.

우 총장은 "대학의 소멸은 결국 중고등학교와 지역사회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대학은 미래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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