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분노' 막기 위해 조정·중재 활성화"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에 법조계 '충격'
"효율적인 대체적 분쟁해결제도 활용" 제기
9일 발생한 대구 변호사 사무실 화재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조정 중재 화해 등 대체적 분쟁해결절차(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를 적극 추진해 소송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체적 분쟁해결제도란 기존의 법원을 통한 분쟁해결에서 벗어나 소송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대체적 분쟁해결절차를 위한 기구로는 의료분쟁조정원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있다. 소송은 1심에서 대법원까지 수년의 시간이 들고, 소송과정에서 당사자의 감정대립이 격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쪽은 소송결과에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양 당사자의 입장을 조율해 조정, 중재, 화해 등의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대체적 분쟁해결제도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고, 2000년대 후반부터 법원의 조정활성화와 함께 행정형 대체적 분쟁해결제도 도입이 본격화됐다. 2019년 9월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우리나라의 행정형 ADR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경우 평균조정성립률이 90%에 가깝다.
이인재 의료전문 변호사는 10일 페이스북에 "우리나라의 재판제도가 분노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대구 사건과 유사한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재판절차에서 조정이나 중재, 화해 등 대체적 분쟁해결절차가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분쟁이 많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심도 있는 국민적 논의를 통해 대체적 분쟁해결절차를 도입해 당사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실적을 낸다면 유사 사건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호 양보해 정해진 금액에 대해서는 실제 지급까지 빨라 판결에 의한 강제집행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 변호사는 "투자금회수소송에 다년간 전력으로 몰입할 경우, 자칫하면 이성적 판단 능력을 잃고 중범죄에 나아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에 변호사 업계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 변호사)는 9일 "자신의 역할과 직무에 충실해 최선을 다한 상대방 변호사를 겨냥한 무자비한 테러가 자행됐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범죄는 단순히 변호사 개인을 향한 범죄를 넘어 사법체계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자 야만행위"라고 강조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수습대책위원회를 꾸려 장례와 치료상담, 피해보상, 모금 문제 등을 의논하고 10일 합동분향소를 차릴 예정이다. 대구시 의사회와 협의해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유족들에 대한 심리상담치료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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