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단체장에 듣는다│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

변방 베드타운에 '문화의 싹'을 틔우다

2022-06-14 11:55:07 게재

음악공연장 '아레나' 상상을 현실로

지역역사·인물이야기 품은 공간 특화

"처음에는 다들 수영복 상표 정도로만 생각했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웬 창동'이냐고 해서 자존심도 상했고…. 평창 동계올림픽때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했어요. 원형경기장같은 공연장이죠."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은 "2011년 처음 구상할 때부터 민간기업 제안방식으로 준비해왔다"며 "2013년 정부에서 시작한 공모사업과는 출발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2025년 창동에 선보일 대중음악 전문공연장 서울아레나 이야기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최근 문을 연 원당마을 한옥도서관에서 문화도시를 향한 12년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도봉구 제공


14일 도봉구에 따르면 민선 5기부터 7기까지 지역에 문화의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는데 주력했다. 국내 첫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을 필두로 지역 역사와 인물 이야기를 발굴, 주민 문화공간으로 특화했다.

2010년 이동진 구청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주민들이 생각하는 도봉구는 '서울의 변방' '낙후된 베드타운' '볼거리도 일자리도 없는 곳'이었다. 발전 전망이나 기대감도 없었다. 도시발전 전략을 고민했다. 이 구청장은 "많은 지자체와 단체장들이 대규모 개발이나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했는데 그건 공공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도시에 문화적 매력을 입히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중음악 전문공연장 아레나는 그 중 한 축이다. 서울시가 보유한 대규모 부지가 있고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뛰어난 창동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한 결과였다. 이 구청장은 "전문 공연장이 없어서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순회공연을 할 때 일본만 방문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일반적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요코하마와 사이타마를 둘러보고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창동지역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제안을 서울시가 받아들이면서 밑그림이 구체화됐다. 복잡한 행정절차에 좌절도 했다. 박근혜정부 말기에 투자적격성 검토에서 부정적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을 때다.

"이러다 동네에서 사기꾼 되겠다 싶었어요. 사활을 걸었죠."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에 창동 케이팝 공연장이 포함되고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4월 서울시와 카카오가 실시협약을 맺었고 곧 도봉구가 업무협약과 동시에 착공식 추진방향 등을 논의했다. 사업 구상 11년만에 완공과 준공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동진 구청장은 "실시협약을 위한 서울시 평가에도 2년 6개월 가량이 소요됐다"며 "협약 당시 울컥 눈물이 나더라"고 웃었다. "서울시도 많이 애썼지만 고비마다 뚫은 건 도봉이에요. 끈질긴 도전과 노력에 시 협력이 더해졌죠."

오는 24일에는 또다른 협약이 예정돼있다. 사업자는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도봉은 건립·운영 과정에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이 구청장은 "대중음악 공연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대한민국 공연문화의 역사를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화도시의 또다른 축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잠재력 발굴이다. 김수영문학관 간송옛집 함석헌기념관 둘리뮤지엄 등 지역의 문화·역사 관련 자원을 발굴해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시대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살았던 인물들 집을 활용해 주민들에 의미있는 공간을 만들거나 평화문화진지 평화울림터 등 방치됐던 곳을 새롭게 탄생시켰다"며 "도봉의 문화적 기반을 다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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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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