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담배업자 먹튀로 세금 400억 날려
의회 "시가 사기 당해"
시 "세관 늦게 알려줘"
부산시가 담배업자 먹튀로 인해 4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받지 못한 사실이 시의회 결산심사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시는 세관이 늦게 알려줘 징수가 늦었다는 입장이다.
15일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의 부산시 기획조정실 결산 감사에서 부산시가 담배업자에게 받아야 할 세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해 전액 결손처리한 사실이 밝혀졌다. 시의회에 따르면 금액만 393억5700만원이다. 가산세와 가산금, 중가산금을 포함한 담배소비세가 294억700만원, 지방교육세는 99억5000만원에 달한다.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H회사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전자담배의 원료인 니코틴용액 3350만㎖를 수입했다. 부산세관을 통해 수입된 만큼 부산시가 세금 징수 주체다.
지방세법에 따라 니코틴용액 1㎖당 담배소비세 628원을 적용하면 210억원이다. 지방교육세는 담배소비세의 43.99%로 함께 부과되는데 이 역시 92억원이 넘는다. 제대로 징수됐다면 전액 부산시와 교육청 수입이 된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런 사실 자체를 몰랐다. 담배업자인 H회사는 수입 신고를 누락하다 돌연 지난해 4월 13일 폐업 후 청산종결 등기까지 마쳐버렸다. 부산시는 관세청을 통해서야 뒤늦게 사실을 알았다. 부랴부랴 2021년 4월 30일 납부일자로 가산금 등을 매겨 393억원을 부과했지만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부동산, 차량, 예금, 가상자산 등 법인재산은 전혀 없고 사업주는 행방불명 상태였다. 체납세금에 대한 처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윤지영 시의원은 "부산시가 신경을 썼다면 거둘 수 있는 세금이었는데 사기꾼에게 놀아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배용준 시의원은 "부산시 공무원만 8000명인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 대책도 무성의했다. 시의회가 향후계획을 요구하자 부산시는 "결손처분심의를 통해서 징수 불가능 판단 시 이월 체납액 감소를 위해 현 연도 내에 결손처리를 하겠다"고 답변해 "이게 무슨 근본해결책이냐"는 핀잔을 받았다.
관세청과의 업무협조는 과제가 됐다. 부산시가 거둔 2021년 담배소비세만 2286억원에 이른다. 통관을 담당하는 관세청과 주기적이고 긴밀한 업무협조가 필요한 실정이다.
시의회는 "이번 사건과 같이 관세조사 및 처분사실 통보를 받은 후 담배소비세를 과세할 것이 아니라 관세조사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미리 확인해 채권보전 절차를 선제적으로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조 기획조정실장은 "인정한다"면서 "향후 이런 수입업자의 물건을 제일 먼저 확인하는 세관과 지자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점에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업체는 담배가 아니라고 허위신고를 해 통관이 이뤄졌다"며 "이후 탈세에 대한 세관조사가 시작되자 폐업에 들어갔고 부산시 역시 늦게 보고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세관은 "관세법 116조 비밀유지 의무 등에 따라 추징세액이 확정되기 전에는 과세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웠다"며 "세관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속히 조사한 후 즉시 관계기관에 통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