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명 중 78명만 100만원 손해배상 인정
니켈 검출 얼음정수기, PL법 인정 안돼
계약당사자 아닌 피해가족은 구제 못 받아
"자체적 배상해야" … 코웨이 "이미 노력"
대법원이 코웨이 얼음정수기 소비자들에게 각 1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소비자 가족들의 손해배상청구는 전부 기각됐다. 법원은 코웨이의 계약상 책임을 인정했는데 가족들은 정수기 계약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별도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수 있지만, 코웨이가 이들에게도 별도로 배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익소송을 다수 대리 중인 최정규 변호사(원곡 법률사무소)는 21일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소비자들도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겠지만, 코웨이가 관련 소비자 전체에 배상해 주는 것이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웨이는 소송을 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이미 충분한 보상을 했기 때문에 별도 배상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21일 "회사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잘못을 했지만 사건 발생 직후 판결 전에 일시불로 정수기를 구매한 고객과 렌탈 고객들에게 전액 환불하고 제품도 환수했다"며 "특히 건강을 걱정하는 고객들에게 건강검진도 진행하는 등 회사차원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코웨이 정수기 구매자나 렌탈 고객들은 "내 정수기는 안전하냐"며 고객센터에 문의해 오는 경우도 많다. 니켈이 검출된 정수기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진 않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2016년 정수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제품들은 모두 단종됐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이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 등 코웨이 정수기 소비자 등 227명이 코웨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소비자 78명에게만 각 1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소비자와 함께 물을 마신 가족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원고들은 코웨이의 손해배상책임의 근거로 제조물책임과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했다.
원심 등은 코웨이 정수기 사용과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 소화기 질환 등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봐 제조물책임(PL)과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코웨이가 니켈 검출 사실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묵비한 점이 계약당사자로서 해야 할 부수적 의무인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불완전 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실 물에 대해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했다"며 "선택권 침해로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제조물책임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점,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점이 특징적이고 계약자가 아닌 가족 이용자의 재판청구권이 좌절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