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바람길일까? 바람을 막을까?
외곽 찬바람 도시로 끌어오기
일반적으로 나무와 숲은 바람을 막는다. 예로부터 바람을 막기 위해 바닷가에 방풍림을 조성하고 마을 입구 수구막이 쪽에 마을숲을 만든 까닭이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기상-대기질 검토를 할 때 고층건물 등 개발사업으로 인한 바람 변화 모델링을 하고 돌풍 피해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럼 가로수를 심어서 '바람길'을 낸다는 건 무슨 얘기일까? 독일에서 시작된 '바람길' 만들기는 일반적인 바람이 아니라 국지적 규모의 지형과 식생의 비열 차이에서 발생하는 '냉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숲에서 발생하는 '차갑고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여 도심의 뜨거운 공기를 밀어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바람은 지상 20미터 이하로 낮게, 약한 풍속으로 분다.
독일에서는 이 바람을 외곽 산림에서 도심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시 전체 기후 지도를 만들고 냉기 등 바람순환 체계를 모니터링한다. 또 상당한 면적과 폭을 가진 도시녹지를 조성해 녹지축을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연구원에서 독일 바람길 도시계획을 서울시에 도입하기 위해 기상 특성을 고려한 도시계획을 몇년 동안 연구했지만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고층건물이 빼곡하고 고밀도의 시가지가 산 바로 아래까지 파고 들어간 상황이라 실제 적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숲을 조성해 바람을 일으키고 미세먼지를 저감한다는 사업이 벌어진다. '미세먼지저감숲' '바람길숲' 등 이름도 여러가지다.
"바람이 불어오는 산에 숲가꾸기부터 한다. 아예 사업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어 있다. 이는 숲이 찬 공기층을 만드는 기능을 떨어뜨리고 생물다양성을 침해한다. 그런데도 '묻지마 숲가꾸기'가 벌어진다."
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의 말이다. 그는 "산림청 예산을 지원받아 지자체에서 수행하는 바람길숲 조성사업은 대부분 엉망으로 진행된다"고 비판한다.
바람길숲 예산이 멀쩡한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심는 수종갱신 사업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시 계양구 바람길숲 조성사업이다. 아름드리 백합나무 가로수들을 베어내고 가슴높이지름 10cm 정도의 어린 소나무를 심은 것이다.
사업비는 국비 50%, 시비 25%, 구비 25% 등 총 35억원이었다. 당초 계양구는 계양대로에 있는 아름드리 백합나무(튤립나무)와 양버즘나무 등 가로수 339그루를 베어내고 소나무 379그루와 선주목 253그루를 심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양대로에 있는 가로수는 수령 50년 이상의 아름드리 고목이고 상태가 좋아 안전진단 A·B등급인 나무들도 많았다. 시민들이 반발하자 인천시와 산림청이 사업을 중단시켰지만 백합나무 수십그루가 잘려나갔다.
최 대표는 "인공지반이나 도로를 줄이는 등 새로운 녹지대를 조성해야 하는데 지자체 녹지부서에서 단기간에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하다 보니 일반적인 나무심기 사업인 경우가 많다"며 "기본계획이 허술한 데가 많고 기본계획·설계에 따르지 않고 지자체장이나 부서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바람길숲이란 이름만 붙인다"고 말한다.
나무라도 잘 심으면 다행인데 토양 및 관수 등 식재기반 조성이 온전치 않아 나무가 죽어가는 경우도 많다. 최 대표는 "미세먼지 줄인다며 바람길숲을 조성하더니 이제는 탄소중립 도시숲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바람길숲 등 미세먼지 저감숲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 사례를 모아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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