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2030, 공금 횡령사고 잇따라

2022-07-12 11:24:00 게재

주식 부동산 하락에 파산공포

지난 2월 6년간 회삿돈 24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 30대 김 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횡령금은 가상화폐거래소의 선물 옵션 투자, 해외 도박, 주식 투자, 게임비, 유흥비로 썼다"고 진술했다.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2030세대가 파산 공포에 시달리면서 공금에 손을 대고 도박에 빠지는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개인 투자자(12월결산법인기준, 1374만명) 중 2030세대는 전체의 40.5% 가량이다. 같은 시기 가상자산 투자자(558만명)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각각 24.0%, 31.0%로 총 55%에 달한다.

최근 하락장에서 투자 경험이 짧은 2030세대의 충격이 더 컸을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기초 자산이 부족한데다 낙폭이 큰 가상화폐 투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24세인 A씨는 좀 더 돈을 빨리 모아볼 요량에 지난해 주식투자를 했다 3000만원의 빚을 졌다. 마음이 급해진 A씨는 만회해보려고 불법 스포츠토토 등 도박에까지 빠졌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20대 후반 직장인 B씨도 주식을 했다가 폭락한 경우다. 그 역시 손실을 만회하려다 변동성이 더 큰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더 큰 손해를 봤다. 뒤늦게 사실을 안 아버지가 1억원을 변제해줬지만 B씨는 가상화폐 투자를 끊지 못하고 있다.

투자 실패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30대 가정주부인 C씨는 여웃돈 300만원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초기에는 수익이 나쁘지 않았다. 주식 재미를 알게 된 C씨는 좀 더 과감하게 투자했다가 한 순간에 원금까지 다 잃었다. 남편과 친정어머니에게 수천만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 돈을 잃을수록 선물옵션 등 더 리스크가 큰 상품에 투자했고, 손실액은 더 커졌다. 친정 어머니는 집을 담보로 잡혀 돈을 빌려줬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C씨는 극단적 선태까지 시도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래가 확실하면 사람들은 질서를 지키고 규정대로 살아가는데 경제가 어려워 불안이 커지면 요행을 더 찾게 된다"며 "금융권에 횡령이 많은 것은 늘 돈이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되니까 접근성이 높아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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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박광철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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