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무기 제조 정보 5년새 3배(차단·삭제 건수) 증가

2022-07-14 11:09:32 게재

상세 도면에 폭발물 제조 동영상까지 … 불법총기 사건도 17건 발생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격될 당시 사용된 총이 '사제총'으로 알려지면서 총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도 한국처럼 총기 소지가 불법이지만 유력 정치인이 사제총으로 피격당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도 불법 사제 총기 및 화약 등 불법무기류 제조 정보가 온라인상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생활안전과 생활질서계 관계자들이 '22년 1차 불법무기류 자진 신고 기간'을 앞두고 보관 중인 무기류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도읍 의원(국민의힘)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1년 불법 무기류 관련 시정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포·화약 제조 등 불법 무기류 제조 정보 콘텐츠 2147건을 접속차단 또는 삭제하는 등 시정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7년 255건에서 △2018년 440건 △2019년 292건 △2020년 416건 △2021년 744건으로 5년 새 3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트별로는 유튜브가 1109건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기타 988건 △페이스북 20건 △네이버 16건 △다음(카카오) 10건 △트위터 4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무기 판매 홍보 행위도 = 또한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불법무기를 판매하는 홍보 행위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2년 5월까지 불법무기 판매 단속 현황'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온라인 등에서 불법무기 판매글이 게시돼 적발된 건수는 총 203건에 달했다. 2019년 76건에서 2020년 51건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 62건으로 다시 증가했고, 올해 5월까지 11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내일신문이 유튜브와 포털사이트 등에서 특정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사제총 관련 영상과 관련 자료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해외에서 제작된 영상이 대부분이었지만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파이프나 막대, 스프링 등을 이용해 사제총을 만드는 모습이 담겼다. 자신이 제작한 총기류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3D프린터를 이용해 간단히 플라스틱 총기를 제작할 수 있도록 설계 도면을 제시한 자료도 있었다. 또 화약 제조 방법과 과정이 상세하게 담긴 영상도 쉽게 검색됐다.

◆국내서도 총기 살인사건 나기도 = 과거 국내에서도 이렇게 제작된 사제총기를 이용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10월 총격범 성병대는 자신이 거주하는 건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가 평소 자신을 경멸한다고 생각해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유튜브에서 사제총기 제작방법을 검색해 알루미늄 파이프, 볼베어링, 완구용 폭죽 등으로 사제총 17정을 제작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19일 서울 강북구의 한 부동산 사무소 앞에서 A씨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150여m를 따라가면서 자신이 제작한 사제총을 2차례 발사했지만 빗나가자 그를 넘어뜨리고 쇠망치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어 그는 오패산 터널 방향으로 도주해 터널 옆 화단 숲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사제총을 발사했다.

지난해 6월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부품으로 사제총기를 만들어 판매한 일당이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외국에서 총기부품을 위장 수입해 총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B씨와 그 일당을 입건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구매한 총기 부품을 장난감이나 자동차 부품으로 속여 국내로 몰래 들여와 권총 등 완제품으로 조립해 판매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총기 사건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7건 발생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불법총기류 적발 건수는 138건에 달했다. 또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분실 신고된 민간 소유 총기류는 838개로 나타났다. 2020년 전국에서 자진신고된 불법총기는 모두 338점이었다.

국회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인터넷 등에 공공연히 유통되는 사제총 관련 정보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도읍 의원은 "온라인에서 총기 및 폭발물 제조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돼 총기 청정국인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총기와 폭발물에 의한 범죄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각심을 가지고 포털사이트 등의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강화하고 관련 정보를 제한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일제단속 나서 = 경찰은 모방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유튜브 등 온라인에 올라온 사제총기 제작법 등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은 8월 15일까지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총기류 제작 방법 등 유해정보에 대해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경찰은 통상 5월과 10월에 한 차례씩 관련 집중단속을 벌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가로 특별 단속을 진행하기로 했다.

총포·화약류 제조법 등 집중감시를 위해 시도경찰청 산하 안보수사분야 사이버요원과 전국 258개 경찰서 총포담당 경찰관, 사이버 명예 경찰관인 '누리캅스' 등 10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은 사제총기 제조법을 인터넷에 올리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경찰은 게시자를 특정해 처벌하는 것과 별개로 해외 서버 등에 올라온 글에 대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 차단을 요청할 계획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