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부터 10시 출근, 유연근무 부담 없어요"
8기 단체장 '워라밸' 솔선수범
'월요일 간부회의'도 변화 바람
홍준표 대구시장의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다. 시장부터 유연근무를 실천하겠다는 의미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매주 월요일 실시하던 간부회의를 아예 금요일 오후로 옮겼다. 직원들이 회의 준비를 위해 주말에 출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민선 8기 들어 공직문화 혁신을 위한 단체장들의 솔선수범이 눈에 띈다. 이른바 '워라밸(일·가정 양립)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노력이다.
2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1일부터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한다. 유연근무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홍 시장이 10시에 출근하면서 과거 오전 8시나 9시 열렸던 오전 간부회의는 10시 30분 이후로 조정됐다. 홍 시장은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부서장들에게 시차 출퇴근에 참여하라고 권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3% 수준에 머물러 있는 유연근무 참여율을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의전을 최소화해 조직문화 개선을 꾀하고 있다. 차 문을 열어주는 일부터 금지했다. 회의 자리에 볼펜을 두는 관행도 없앴다. 해외나 지방 출장 때에도 가방이나 옷을 직원들에게 맡기지 않는다. 정무직도 따라오지 못하게 한다. 자신부터 모범을 보인 뒤 실·국장들에게도 의전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과거 관행적으로 월요일 오전에 진행하던 간부회의를 바꾸는 단체장들도 많아졌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매주 월요일 실시하던 간부회의를 금요일 오후로 옮겼다.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은 화요일에 간부회의를 열기로 했다. 직원들이 회의 준비를 위해 주말에 출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특히 주요 정책부서나 현안이 있는 부서는 회의 준비를 위해 주말 출근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회의 요일과 시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런 관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직문화 혁신 분위기는 이른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공직사회에 대거 진입하면서 생긴 변화다. 유연근무가 일상이 됐고, 시보떡 문화나 상사 식사모시기 같은 관행도 크게 줄었다. 경기 양주시는 MZ세대 공무원들을 주축으로 한 '청바지'라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청바지는 '청춘이 바꾸는 지자체'의 줄임말인데, 조직문화 개선이 목적인 모임이다. 인천시는 이미 두 차례 진행한 조직진단 설문조사를 근거로 지난 4월 '조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설문조사는 당연히 젊은 공무원들을 주 대상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권위적이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가 완전히 개선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천시와 행안부가 지난해 5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조직문화 진단 설문조사 결과 연가·유연근무·재택근무 사용이 자유롭다는 응답이 52.4%였지만 이는 직급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국·과장은 64%가 '매우 그렇다'고 답한 반면, 주무관은 17%만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달 26일 세종시의 한 20대 공무원이, 지난해에는 대전시 9급 공무원이 직장 내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이 근절되지 않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 표준조례안'을 만들어 시·군·구 노조에 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