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법-시행령 충돌 … 수사·재판 혼선 우려
"피의자, 검찰 수사 불법 주장할 수도"
검수완박법 모호성 제거가 근본 해법
정부의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령 입법예고 후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시행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부터 법률에 애초부터 문제점이 많았다는 등 다양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개정법(이른바 '검수완박법')과 시행령이 시행될 경우 수사나 재판에 있어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포함될 수 있는 범죄를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무고·위증 등 사법질서저해범죄와 개별법률이 검사에 고발·수사의뢰하도록 한 범죄 등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중요범죄로 규정했다. 검수완박법에 있는 '등'이라는 문구의 모호함을 파고들어 시행령으로 광범위하게 검찰 수사권을 확대했다.
검수완박법을 비판해왔던 변호사들도 이번 시행령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정철 변호사(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12일 페이스북에서 "상위법인 검찰청법에서 선거범죄를 명백히 부패 범죄와 별도로 규정했기 때문에 선거 범죄는 부패 범죄에 포함시킬 수 없다"며 "하위법령인 시행령을 통해 선거범죄 중 일부를 부패 범죄에 포함시키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수완박법의) 잘못을 바로 잡는데 편법을 써서는 안된다"며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는 시행령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14일 "한동훈 장관 주장이 다 가능하다고 해도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시행령안은 문제"라며 "법을 '검수완박'이라고 부르면서 어리석은 정치집단이 만들어낸 참사를 십분 활용하면서 조롱하는 건 하수의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개정법과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과는 별개로 수사나 재판 실무에서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초기 피의자가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며 경찰에 사건 이송을 주장할 수 있다.
최근 공직자들이 다수 입건된 범죄인 직권남용의 경우 이번 시행령을 통해 부패 범죄에 포함돼 검찰 직접 수사가 가능하게 됐는데, 해당 시행령이 법률에 위반돼 무효라며 경찰이나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겠다며 시간을 끌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명령·규칙 그 자체에 의한 직접적인 기본권침해여부가 문제됐을 경우 바로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가능하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16일 "자신이 피의자로 검찰 소환장을 받게 된다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시행령에 경제범죄로 규정된 마약유통범죄 피고인 등이 검찰 직접 수사 후 기소됐다면 검찰 수사로 수집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라는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천 변호사는 "시행령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재판이 이루어지는데, 피고인측에서 시행령이 무효라며 재판부에 명령·규칙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은 명령·규칙의 위헌·위법 여부를 심사할 수 있고 헌법은 명령·규칙의 위헌 여부가 재판에서 문제가 된 경우 대법원의 최종 심사권을 규정하고 있다. 만약 재판이 확정된 후 시행령이 무효가 된다면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도 있다. 어쨌든 헌법재판소 최종판단이 있기 전까지 수사나 재판 등 실무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 시행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에 가도 위임입법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을 이유로 한 위헌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애초부터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규정해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권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판사출신인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는 14일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제한하려는) 입법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법조문을 만들라고 했다면 '부패범죄, 경제범죄 및 이에 준하는 범죄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했을 것"이라며 개정법 조문의 문제를 지적했다. 천 변호사도 "처음부터 '등'이라는 조문에 허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