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멈춘 '국회 윤리특위' … 비상설기구 전락 후 더 '찬밥신세'

2022-08-22 11:08:26 게재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제외, 존재감 상실

비상설특위 전환한 다음 소위원회 개최 '0회'

제헌국회이후 징계안 310건 중 가결률 1.9%

"미·영, 외부인사 사전심사 절차 제도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거대양당이 이해충돌 등 윤리문제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이를 심사하고 처리할 국회 윤리특위가 다시 멈춰 섰다. 비상설 위원회로 전락한 이후 여야의 원구성 협상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아예 잊혀 져 가는 분위기다. 국회의원 윤리 문제가 제대로 다뤄진 지도 오래됐다. 국회 윤리특위 운영 실적은 국회의 자정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윤리특위의 비상설화와 징계안 심사 외면이 국회의 신뢰 추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1대 후반기 국회 들어 윤리특위가 구성되지 않은 채 방치, 의원징계안 20건이 심사할 위원회가 없이 '미배정' 상태로 남아있다. 국회 윤리특위 홈페이지 위원 명단에는 '제21대 국회 위원회 구성 전입니다'는 안내문만 남아있다. 21대 후반기 원구성 협상 합의문에는 18개 상임위와 상설특위 위원장 배분과 함께 형사사법체계개혁특위, 정치개혁특위, 연금개혁특위 설치를 포함하면서도 윤리특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거대양당이 상대 정당 의원들을 위협하듯 앞다퉈 징계안을 제출하고든 실제 심사에는 서로 외면하면서 사실상 '적대적 공생관계'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기자간담회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 관심 밖으로 밀려난 윤리특위 =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윤리특위가 20대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비상설특위로 전환되면서 더욱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2018년 7월에 거대양당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를 교육위와 문화체육관광위로 분할하면서 상임위와 상설특위를 18개로 유지하기로 합의했으며 그 희생양으로 윤리특위를 선택해 상설특위 지위를 없앴다. 이후 실질적인 심사과정인 소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윤리특위가 만든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비상설특위로 전환된 후 2018년 7월 16일에 같은 해 12월 말까지 운영하는 윤리특위가 구성됐다. 넉 달이상 지난 같은 해 11월 15일에 위원장과 간사선임, 소위원회를 만들었다. 활동기간을 2019년 6월 30일로 6개월 연장한 후 2019년 3월 7일에 김도읍 의원 징계안 등을 심사대상에서 제외시키고 표창원 의원 등 징계안을 징계심사소위에 회부했으며 손혜원 의원 징계안 등 18건을 새롭게 상정했다. 활동기간은 추가 연장되지 않았다. 2020년 5월 29일, 20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1년 동안은 윤리특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들어 윤리특위는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한 2020년 5월 30일 이후 100일 이상 지난 9월 15일에 처음 열렸다. 운영기간을 2021년 6월말까지로 정했다.

첫 회의에서는 위원장과 간사가 임명됐다. 운영기한을 2022년 6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첫 회의가 열린 지 1년 2개월 정도가 지난 2021년 11월 11일에 개최된 두 번째 회의에서는 거대양당 간사를 바꾼 후 윤미향, 박덕흠, 성일종, 이상직 징계안을 윤리심사자문위에 회부했다. 올 1월 27일 전체회의에서는 4명 징계안에 대한 대체토론이 이뤄졌다. 2월 14일에야 소위를 구성하고는 4명 징계안을 각각 소위로 회부했다. 이후 소위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21대 후반기 국회의장에 취임한 김진표 의원이 당시 위원장에 임명됐고 거대양당 간사에는 거대양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맡았다.

◆310건 중 6건 가결 = 국회는 그동안 윤리특위 운영을 매우 등한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헌국회 이후 지난 20대 국회까지 모두 288건의 징계안이 발의됐으며 이중 가결된 것은 6건뿐이었다. 부결과 폐기가 각각 8건, 34건이었고 철회도 44건에 달했다. 국회의원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징계안은 196건이었다. 21대 국회까지 합하면 징계안 310건 중 가결율이 1.9%에 지나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윤리특위, 윤리자문위 등 국회에 존재해 왔던 윤리통제 기구의 기능과 역할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면서 국회 윤리심사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면서 "제20대 국회 후반기부터는 그마저도 윤리특위가 비상설 특위로 전환되면서 국회의원에 대한 윤리적 통제 제도의 기능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상황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라고 했다. "의원윤리를 제고함이 없이 의원집단의 비리와 부패의 척결을 기대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의원윤리의 실추는 국회의 대국민 신뢰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의원에 의한 의원윤리심사'의 한계는 우리나라 국회뿐만 아니라 주요국 의회들도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라며 "이런 점에서 미국 하원과 영국 하원은 의원윤리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의원이 아닌 주체에 의한 사전심사 절차를 제도화하고 있다. 의원이 의원윤리규범을 위반할 경우 이에 대한 철저한 심사과정을 거쳐서 그에 합당한 제재(징계)를 함으로써 윤리심사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