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재정비 … '1기 신도시' 불만 고조

2022-08-22 11:00:03 게재

윤정부 2024년까지 설계

김동연 "대선 공약 파기"

주민들 "선거에 이용만"

윤석열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시기를 2024년으로 미루면서 1기 신도시 지자체와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엔 '임기 내 재정비'를 약속했던 윤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대선 전후 상승세를 보였던 1기 신도시 아파트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경기도는 정부를 비판하며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1기 신도시인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5곳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오는 2024년까지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임기 내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내용엔 특별법 등에 대한 내용도 전혀 없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부천 중동에 사는 한 주민은 "아파트가 오래돼 비만 오면 여기저기 다 새고 무엇보다 안전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런 노후화된 주거환경에서 겪는 주민들의 고통을 선거에 이용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포시 산본의 한 아파트 입주민은 "2024년까지 설계도를 만들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대책은 하나도 없다"며 "이제 별 기대도 안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선거용 공약에 속았다' '2024년 총선 때 또 꺼내 표 받으려는 속셈'이라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2024년에 마스터플랜이 나와도 30만 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규모를 생각하면 사실상 윤 대통령 임기 내 첫삽을 뜨기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실상 임기 내 추진이 무산됐다"며 "'선거 인질용'이라는 등의 얘기가 인터넷에 파다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대선공약 파기"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 한 목소리로 용적률 상향과 규제 완화를 공약했는데 대선공약을 이렇게 쉽게 폐기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윤석열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경기도가 직접 재정비 사업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도 차원에서 해당 지역의 노후화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와 협력해 용적률 등 규제를 풀고 필수 기반시설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군포시 등 해당지역 기초지자체들도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재정비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군포시는 최근 1기 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과 원도심 재개발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주거환경개선 민관TF를 꾸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형 개발사업의 마스터플랜 수립에 통상 2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경우 늦은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참고자료를 통해 "재건축 재개발을 위한 도시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대형 개발사업의 마스터플랜 등의 수립에 대개 2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2024년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 일정은 공약과 국정과제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추진되는 셈"이라고 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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