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회의 축소하고 직원 생일에는 꽃선물
구로구청장 '공무원과 동행' 눈길
소통창구 확대, 행정서비스 품질↑
서울 구로구 개봉1동주민센터 2층 동장실. 1층 민원실 입구부터 뒤편 책상에 앉은 공무원들까지 두루 인사를 나누고 올라온 문헌일 구청장이 임진경 동장에게 종이상자 두개를 건넨다. 보기에도 꽤 묵직하다. 구청장과 주민단체 대표 간담회를 열고 있는데 그에 앞서 직원들과 소통창구를 마련한 참이다.
민선 8기 들어 처음 동주민센터를 방문하는 만큼 간식으로 떡을 준비했다. 간식 선물을 받은 임 동장은 "구로에서 면적은 다섯번째로 넓고 인구는 세번째, 보살핌이 필요한 주민은 두번째로 많은데 근무인력은 정원보다 4명이나 부족하다"며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23일 구로구에 따르면 문헌일 구청장이 '공무원들과의 동행'에 주력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공무원들과 민선 8기 첫 걸음을 함께 함으로써 현장 중심 행정을 구현한다는 의미"라며 "공무원 사기진작과 훈훈한 직장분위기 조성으로 행정서비스 품질도 향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말부터 동주민센터 방문길에 공무원들 어려움을 우선 듣는다. 전 직원과 손을 맞잡고 "고생 많다"는 격려부터 시작한다. 개봉1동처럼 지역 현안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구청장에 바라는 내용을 전달한다. 지난달 29일부터 3주만에 16개 동 전체를 순회했다.
공무원 생일도 구청장이 직접 챙긴다. 구로동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오랫동안 기업을 운영해온 문 구청장이 직원들과 함께 해온 방식을 그대로 도입했다. 그는 취임 직후 "삼촌처럼 큰형님처럼 직원들과 가깝게 지냈다"며 "공무원들과도 그런 관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12일과 26일 8월에 생일을 맞은 공무원 68명을 구내식당 담소마루로 초청해 축하 꽃과 격려품을 전달했다. 추석명절이 낀 9월은 생일축하가 한번으로 줄어들지만 10월부터는 다시 2·4주 금요일에 생일 맞은 공무원들과 만난다. 구청이 아닌 동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동장이 구청장 역할을 한다.
부서 내에서 상품권을 전하고 말던 이전과 달리 구청장과 공무원, 직원들간 소통이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다. 여성정책과 한 주무관은 "구청장·동료들과 얼굴을 맞대고 업무 외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작은 행사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을 터놓으니 짧은 시간인데도 친밀감이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각종 회의는 간소화됐다. 구청장이 매달 8회 주재하던 간부회의는 절반으로 줄였다. 국장과 주요 과장이 참석해 국별 현안을 보고하고 논의하던 목요간부회의는 월 2회로 줄이면서 진행자도 부구청장으로 바꿨다. 회의는 별도 자료 준비나 보고 없이 자유로운 차담회 형태다. 국별 현안이나 조례규칙심의회 사안을 공유하고 협력을 요청한다.
확대·주요 간부회의에 참석하는 국·과장이 자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직원들 부담도 줄어든다. 국별·부서별 회의도 간부회의처럼 간소화되는 추세라 모두 반기는 분위기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해 서로 배려하는 따뜻한 분위기, 다니고 싶은 직장을 만들겠다"며 "수평적이고 효율성 높은 업무환경을 조성해 공무원·주민들과 함께 '따뜻한 동행, 새롭게 변화하는 구로'를 실현해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