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금난에 '금융지원 방안' 내달 마련

2022-10-17 11:09:47 게재

수입 원자재 급등에 따른 피해 기업들 지원 대상될 듯

금리 완화와 한도 확대 등 … 채안펀드 20조원 재가동

금리 상승과 환율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금융당국이 이르면 내달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보,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키로 ㅣ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사진 왼쪽)은 6일 경기 김포시 양촌산업단지에 위치한 '㈜우리별'(대표이사 이정석)을 방문하고 6인의 중소기업 대표들과 함께하는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진 신용보증기금 제공


그동안 정부의 금융지원 방향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중소기업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금융지원 상품을 준비 중"이라며 "정책금융기관들 중심으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원방안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대출한도를 늘리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등이 우선 지원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리 부담 완화, 맞춤형 지원책 검토 = 금융당국은 중소기업들이 처한 상황에 맞게끔 금융지원 상품을 만들어 공급한다는 계획이며 최대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자산총액이 5000억원 미만이면서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법인이 100분의 30이상 출자한 기업이 아니고, 관계기업에 속하는 기업이 아닌 경우를 말한다.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변동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낮춘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6조원 규모로 출시했다. 지난 7월 중소기업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공급망 재편 등 불확실성 확대로 경영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의견과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 증가와 함께 최근의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가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실제로 올해 들어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대출은 9개월 연속 증가했다. 9월말 기준 기업대출은 전월말 대비 9조4000억원 늘어난 115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은 4조7000억원 늘어난 207조2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4조7000억원 증가한 94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가계대출은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은 4월 7조8000억원, 5월 8조9000억원, 6월 5조4000억원, 7월 6조8000억원, 8월 5조8000억원 등 매달 5조원 이상 증가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채안펀드·증안펀드 가동 준비 =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의 자금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금융위는 최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를 재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채안펀드는 2008년 10조원 규모로 조성됐으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20조원을 목표로 다시 조성됐다. 회사채 수요를 늘려 채권시장의 경색을 막기 위해서였다. 채안펀드는 조성 후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이라서 20조원이 조성·집행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3조원 가량을 모집해 일부를 집행했고 현재 1조6000억원이 남아있다.

금융위는 지난 12일 시장상황을 주시하면서 채안펀드로 조성된 여유재원(1조6000억원)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을 우선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재원이 부족할 경우 산업은행을 비롯해 은행과 증권사 등이 채안펀드 추가 출자를 위한 재약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책금융기관들에는 회사채와 CP매입 프로그램이 6조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금융위는 지난 12일 규모를 8조원으로 늘려서 저신용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는 증권 시장 안정을 위해 최소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투입 준비를 조만간 마칠 예정이다. 증안펀드는 증시가 급락하고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를 대비, 시장안정 목적으로 투입되는 자금으로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조성한다. 금융당국은 증안펀드를 시장에 투입하기 전에 먼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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