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탈플라스틱 대책에도 사용량 늘어

2022-10-24 10:53:36 게재

"실효성 있는 정책 필요해"

"올해 시행하기로 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2024년 중반에나 전국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2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구로구을)은 이렇게 질타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 제품 가격 외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사용한 일회용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돌려받는 제도다. 2년 준비기간을 가진 뒤 6월 시행하기로 했지만 12월로 한차례 연기했다. 하지만 세종 제주 등만 실시하기로 해 비판이 일고 있다.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일회용컵 보증금제 무력화하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보증금제 시행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연간 28억개 쓰는 일회용컵 해결은? = 21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현재 설계대로라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감량이라는 차원에서 다회용컵 사용도 있고 소비자 인식이나 행태 등을 모니터링하고 통합적으로 봐서 법률적인 보완 등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환경부 관계자는 "2024년 중반에 시행한다고 못을 박은 건 아니고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실시했을 때 문제가 없는지 사계절 동안 모니터링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의원실에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한국환경회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감량 정책으로 호도하지 말라"며 "전세계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재활용 대책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환경부는 왜 연간 28억개가 발생되는 일회용컵 재활용 문제 개선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감량 중심으로 재설계한다는 이유로 시행을 늦출 이유가 없다"며 "2024년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컵을 사용해 음료를 판매하는 전국 가맹본부나 가맹점사업자(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사용되는 컵은 연간 28억개(국민 1인당 56개)다. 환경부는 이 중 23억개가 보증금제가 적용될 매장에서 사용된다고 추산 중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국감에서 핫이슈가 배경은 더 이상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결의안이 채택됐다. 이 결의안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위주에 국한되지 않고 전주기적인 관리로 확대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9년 3억5000만t에서 2060년 10억1000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해양과 수계 역시 2019년 1억4000만t에서 2060년 4억9000만t으로 증가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 2018년 323만t→2021년 492만t = 우리나라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환경부는 20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21년 대비 20% 줄이는 게 주요 목표다. 2021년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492만t(잠정)이다. 이를 2025년에는 393만t으로 줄이겠다는 얘기다.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치다. 문제는 이와 비슷한 맥락의 대책을 2020년에도 발표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은 늘었다는 점이다.

2020년 12월 환경부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에도 2025년까지 감축 목표를 20%(2020년 대비)로 내세웠다. 하지만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8년 323만t에서 2021년 492만t(잠정치)으로 껑충 뛰었다.

21일 환경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했다"며 "이번에 제시한 목표는 2020년 때보다 더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대체서비스 기반의 일회용품 감량'을 세부 과제로 내세웠다. 대여·공유 서비스를 통해 플라스틱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대체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김민지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환경부의 다회용기 사용 촉진 대책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후퇴시킨 상황에서 모순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려면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규제도 함께 병행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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