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니

2022-11-14 11:02:51 게재
윤석열정부 취임 6개월이 지났다. 축하보다는 염려가 크다. 한국갤럽의 취임 6개월 무렵 윤 대통령 직무긍정률은 30% 부정률은 62%다.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6개월차 평가와 비교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24%) 다음으로 낮다. 방송 3사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직무긍정률은 28.7%~33.4%인 반면 부정평가는 60% 중반대에 이른다. 민생 안보 안전 등 정책지표 대부분이 빨간불이다. 윤석열정부의 국정동력에 비상이 걸렸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10월 말 수도 한복판에서 158명의 젊은 목숨을 잃었다. 갤럽조사에서 참사의 1차적 책임 소재를 두고 대통령·정부, 경찰 지휘부 등을 지목했고, 참사 후 정부의 대응에 대해 70%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대통령은 참사에 대한 정치·도의적 책임에 대해 선을 긋지만 KBS-한국리서치조사에서는 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50.6%에 달했다. 참사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수습방안 역시 민심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6개월 주요 고비마다 대통령과 정부가 보인 행보가 이런 식이었다. 6개월간 국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윤 대통령은 왜 그럴까"였다. 인사와 외교논란, 경제위기 징후, 대형참사를 대하는 자세가 기존 정치문법으론 해석이 안되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이라서? 다시 출마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도 '해석불가'라며 손사래 쳤다. "나 같으면 그리 안한다"는 말과 함께.

그래놓고는 "총선에서 이기려면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여당내 친윤 인사가 대통령 지지율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일테지만 총선에서 통할지는 미지수다. 앞의 방송3사 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윤 대통령 평가는 긍정 15.9%(최저), 부정 70.6%로 더 냉랭하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이념상 중도층은 여당보다는 야당 쪽에 눈길을 주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정당 내부의 일이야 그들 몫이지만 정치가 국가의 운영을 맡고 있다는 점이 걱정을 더한다. 특히 국정 운영주체가 국민의 인식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인상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다.

대통령의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비상함이 안 보이고, '군중 압착 사고를 당할까 걱정된다'는 응답이 73%에 달하는 나라가 됐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지정된 후 1년 반이 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됐다"는 말이 무겁고 아프다. '이러려고 정권교체 했나'는 원성이 더 커지기 전에 주권자에게 위임받아 국정을 담당하고 있는 여권의 통렬한 반성이 절실하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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