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화단지를 잡아라' 지자체 총력전

2022-11-16 11:38:56 게재

정부, 이달 중 특화단지 지정 지침 고시

정부 25조원, 기업 510조원 투입 계획

강원 경북 충북 대전 부산 광주 전남 참여

전국 시·도가 대체 불가한 새로운 성장동력인 '반도체 특화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달 안에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등에 관한 지침'을 고시할 예정이어서 유치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유치에 나선 곳은 강원과 대전, 충북과 부산, 경북과 광주·전남 등이다. 특화단지 입지는 내년 5~6월쯤 결정된다.

◆천문학적 자금 투입 = 16일 전국 시·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월 세계 기술패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해 5년간 25조원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12개 전략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등이다. 이 중 핵심이 반도체 설계 및 제조 등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오는 2030년까지 510조원을 투입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후속조치로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반도체 특화단지와 관련된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달 안에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등에 관한 지침이 고시된다. 이어 다음달 지정공모 및 합동설명회, 내년 초 평가·컨설팅이 진행된다. 평가 항목은 △첨단전략기술 보유·활용 △인프라·인력 확보 가능성 △지역산업과의 연계성 등이다.

특히 선도기업 투자계획과 국내외 기업유치가 중요하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지난 8월 시행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특별법)'에 따라 각종 지원이 이뤄진다. 우선 입주기업에 설비투자 및 연구시설 소요 비용 전부 또는 일부가 지원된다. 또 국유지 및 공유지를 사용할 경우 감면을 받는다. 이밖에도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신용보증과 세제 해택 등이 이뤄진다.

◆지역의 미래 희망 = 전국 시·도는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과 각종 혜택 때문에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유치가 이뤄지면 연관사업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우리가 살 수 있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특별법 16조(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지정)에 있는 '수도권 외의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에 복수의 반도체 특화단지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방침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시·도는 유치 제안서 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유관기관들과 함께 전담부서를 만들고 공모 준비에 착수했다. 또 특화단지 위치를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단지로 정했다. 이곳은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가 가동 중이고, 전력반도체 집적단지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경남도는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까지 참여 여부를 결론 낼 방침이다.

대전시는 지난 7월 '나노·반도체산업 육성 비전'을 선포하고 실증평가원 설립, 산업단지 조성, 인력양성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330만㎡ 규모 나노·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유치에 나섰다. 여기에 나노종합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카이스트 등을 묶는 방안을 제시했다.

충북도는 최근 오는 2031년까지 1조원을 투입하는 '충북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충북에는 이미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반도체기업이 몰려 있다. 규모면에서 경기도에 이어 두번째다. 이 같은 강점을 앞세워 중부권 핵심거점 클러스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광주·전남은 공동 유치전에 나섰다. 지난 9월 '광주·전남 반도체산업 육성 공동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인접지역에 1000만㎡(300만평) 규모 특화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특히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등을 갖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두 지역은 주력산업인 인공지능(AI)과 전력, 자동차 등을 연계한 반도체 특화단지를 구상하고 있다.

경북은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및 신성장 반도체 산업 지원 등을 전담할 산·학·연 협력산업정책협의체를 만들어 유치 활동에 나섰다.

양향자(무소속)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은 "지역 특장점 등에 맞춰 반도체 특화단지를 배치할 것 같다"면서 "기업과 소통하면서 유치계획서 등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재우 윤여운 최세호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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