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기본권 침해 논란
"정당한 사유 없이, 국가경제 심각위기" 입증해야
의료공백 사태 때도 명령 송달 못받은 의사 '무죄'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업무개시명령의 근거조항이 모호하고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업무개시명령이 정당하다해도 송달을 받지 못한 운수종사자가 영업을 계속 거부하는 경우 대법원 판례상 형사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 도입됐지만, 화물연대 파업에 실제로 발동된 적은 없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 1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사업자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줘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운송을 계속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화물운송사업자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만약 화물연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해 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 정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 초래를 인정할 상당한 이유라는 두 가지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해당 요건이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법조계 일부에선 정부가 신중한 검토 없이 운수사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것이 '법치'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별 변호사(노동법 박사)는 29일 "(업무개시명령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화물자동차 운송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필수유지업무에 속하지 않고 운수사업자의 헌법상 기본권 침해 우려도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 초래나 그 우려를 입증하기 위해 정부가 피해 수집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당한 사유와 심각한 위기 인정 여부가 법적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업무개시명령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더라도 개별 운송사업자나 운송종사자가 적법한 송달을 받아야만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정부는 송달이 어려울 경우 게시판공고 등을 통해 송달을 시도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행정절차법은 송달받을 자의 주소 등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나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게시판 등에 공고해 송달을 의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적법한 송달 여부를 놓고도 추후 다툼이 예상된다.
천 변호사는 "행정철차법 내용대로 송달을 해야 하는데 수령거부 사태가 속출할 듯 하다"며 "과거 의사들의 경우도 송달부적법을 이유로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됐다"고 설명했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으로 파업했을 때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대한의사협회 간부들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지만 송달을 받지 못한 의사들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의 송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했다. 통상의 방법으로 주소를 확인할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할 경우 행정명령을 게시판 등에 공고하도록 했는데, 일부 의사들에 대해서는 주소 확인이나 송달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고를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정부는 직접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지 않았어도 행정절차법에 따라 적법한 송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추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경우 화물연대측은 업무개시명령 무효 가처분을 신청하고, 행정소송 등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의 위법성을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28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화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라며 "개인 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력을 동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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