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영훈 수산자원정책혁신 현장발굴단장

"현장의견 60% 해수부에 '개선' 권고"

2023-01-11 13:43:22 게재

현실과 다른 정책 바꾼다니 관심 뜨거워

고등어·꽃게 등 6개 어종 금지체장 제외

"정부가 특별한 이유없이 현장발굴단에서 권고한 내용을 수용하지 않으면 현장 어업인들 사이에 정책불신이 아주 심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정영훈 수산자원정책혁신 현장발굴단장은 민간위원 22명으로 구성된 현장발굴단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전국 5개 권역을 돌며 현장 어업인 토론회를 열고, 수산자원관리 정책에 관한 제안 138건을 발굴해 이 중 약 60%에 달하는 83건을 즉각 정부정책에 반영해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정 단장은 10일 "지난해 12월 정부에 권고안을 전달할 때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권고안을 적극 반영하고, 지속가능하고 어업인이 공감할 수 있는 수산자원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며 "그렇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 수산정책실장, 국립수산과학원장,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이사장 등을 역임한 정 단장은 지난해 4월부터 한국수산회를 이끌고 있다.

■ 수산자원정책에 대해 논란이 클 때 현장발굴단이 구성돼 관심이 컸다. 현장 분위기는

지난해 10월 13일부터 보령 부산 제주 목포 포항 등 전국 5곳을 돌며 권역별로 어업인 현장 간담회를 열었는데, 조업 나가야 하는 어업인들이 매번 100명 넘게 참여했다. 해수부에서 일할 때도 간담회 많이 열었지만 비교할 수 없는 관심과 열기를 느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불신이 많았다. 나에게 현직 있을 때 해결하지 않고,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는데 변명하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이고, 이번에는 조승환 해수부 장관이 관심을 갖고 현장발굴단 위원들에게 직접 위촉장을 줬으니 빠뜨리지 않고 건의하겠다고 했다. 이런 소문이 나서 의외로 많이 왔다.

■ 현장발굴단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현장발굴단은 해수부에서 어업현장 목소리를 담아 수산자원관리 정책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어업인 학계전문가 시민단체 연구기관 등 22명의 민간위원에게 위촉장을 주어 구성했다. 조승환 장관이 위촉장을 주면서 "처음부터 다시 그림을 그린다는 마음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현장 어업인 의견을 담아서 권고안으로 제출해 주면 반드시 정책에 반영해서 개선하겠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처음부터 다시 그림을 그리는 마음'이라면 의례히 하듯 10~20% 규제완화하는 식이면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 권고안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겼나

1기 현장발굴단은 수산자원정책에 관해 권고안을 마련했다.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정책으로 잡을 수 있는 물고기 크기를 제한(금지체장)하거나 조업시기를 제한(금어기)하는 정책 등에 대해 개선안을 권고했다. 특히 1년에 잡을 수 있는 총어획량을 허가하고 이를 지키면 다른 규제를 완화하는 총허용어획량(TAC) 정책도 '개선'할 것을 포함했다. 고등어 꽃게 등 TAC가 정착된 6개 어종은 금지체장 적용 제외를 권고했다. 비어업인들의 낚시·해루질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고 한·중·일 3국간 수산자원관리 협력을 강화할 것도 권고했다. 기후변화, TAC확대 등으로 어업인 소득이 감소할 때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어업경영안정보험제도 도입도 포함했다.

어업인 요구 중 현실과 조금 맞지 않고, 어업인들 사이에 분쟁이 있는 것은 개선은 아니지만 '검토'해보도록 하고, 수산정책 혁신을 위해 2기, 3기 현장발굴단으로 지속 추진할 것도 권고했다.

■ 최근 수산자원감소 원인을 두고 정부가 남획(마구잡이조업)을 강조해 어업인을 범죄인처럼 여긴다는 지적도 있고, 중국어선이 우리 수역에서 대량 조업하면서 자원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있다. 남획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하나

수산자원이 감소하는 원인은 기후변화나 남획 등 여러 가지다. 분명한 것은 어업인들도 자원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남획에 의한 것은 우리가 상대적으로 잘 대응할 수 있다. 수산생물은 스스로 갱생하는 자원이니까 지속적으로 이용하려면 늘어나는 양만큼 잡으면 된다. 우리 국내수역에 배가 너무 많아서 감축해야 하는데, 특히 중국어선들이 너무 많다. 우리 수역에 1000척 이상 많이 들어온다. 그것도 200톤 이상 대형 어선들이. 우리 근해어선들은 140톤 정도다. 우리가 중국수역에서 조업하고 잡는 양에 비해 중국이 우리 수역에서 5배 많은 배가, 10배 이상 많이 잡고 있다. 단계적으로 중국어선을 철수시키고, 우리 어선이 중국수역에서 잡는 양만큼 한·중 양국 사이에 실질적인 '등량등척'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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