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다섯 할매들 대통령 만났다

2023-01-13 11:49:48 게재

'칠곡할매글꼴' 인연

"한글공부 보람느껴"

"일흔 넘어 글을 배아가(배워) 나라님 뵙는다고 며느리와 손주한테 자랑했어요. 한글 공부한 보람이 있네요."

손글씨로 제작한 컴퓨터 글씨체인 '칠곡할매글꼴'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경북 칠곡군의 할머니 다섯명이 12일 대형 연하장을 들고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이들의 서울 용산 대통령실 방문에는 김재욱 칠곡군수와 정희용 국회의원이 동행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대통령실에서 칠곡할매글꼴을 만든 이종희(91) 추유을(89) 이원순(86) 권안자(79) 김영분(77) 할머니 등을 반갑게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보낸 새해 연하장과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는 물론 검찰총장 시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글씨체로도 사용할 만큼 칠곡할매글꼴에 관심과 애정을 보냈다.

이날 특별한 만남은 윤 대통령이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알리고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 김재욱 군수와 할머니들을 초청해 이뤄졌다.

칠곡 할머니들은 칠곡할매글꼴이 대통령 연하장에 사용되자 대통령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가로 90㎝, 세로 60㎝ 크기의 대형 연하장을 준비했다. 할머니들은 연하장에서 "칠곡할매들 안이자뿌고(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가(주셔서) 고맙다"며"글을 배아가(배워) 이래(이렇게) 대통령님께 글도 쓰고 참말로 잘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명절에는 식구가 모이야(모여야) 되는데 나라일 단디한다고 식구도 다 못 보고 섭섭할 것 같다"며 "할매도 명절에는 죽은 영감 생각에 마음이 그렇다. 설이니까 복 많이 받고 건강도 잘 챙기자"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할머니들이 들고 온 이 대형 연하장에 서명해 기록물로 영구 보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복도에는 할머니들이 쓴 시와 한글 공부하는 사진을 전시하기도 했다.

칠곡 할머니들은 이날 대형 연하장 함께 2015년 발간한 할머니들의 시집과, 텃밭에서 재배한 들깨·콩을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했다. 할머니들의 방문을 기뻐한 칠곡군의 한 주민은 인문학목공소에서 만든 소형 와인테이블을 할머니들을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김재욱 군수는 "대통령실 방문을 앞두고 할머니들은 설레는 마음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며"일제 강점기와 가난으로 정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인 할머니들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문화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칠곡할매글꼴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친 다섯 명의 칠곡 할머니가 넉 달 동안 종이 2000장에 수없이 연습한 끝에 완성됐다.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유산 등재는 물론 관광명소인 경주 황리단길과 관공서 현수막으로 내걸리고 한컴과 MS오피스 프로그램에도 사용되고 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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