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논란 흑산도는 어린 철새들 '쉼터'
최근 10년간 가락지 부착 조사
1년생 78.4%, 주요종 일부 감소
10년 넘게 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흑산도가 어린 철새들의 주요 쉼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흑산도를 서식지로 이용하는 철새들의 78.4%가 1년생인 어린 새들로 나타났다. 성조의 비율은 약 21.6%다.
흑산공항의 경우 지난 2011년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고시 이후 10여년째 공항 건설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흑산공항 건설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 당시 이 전 총리는 흑산공항을 '전남 미래를 바꿀 사업'으로 꼽았다. 윤석열정부 역시 흑산공항 건설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16일 한국환경생태학회 학술대회 논문집에 실린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도의 최근 10년간 가락지 부착조사 현황'에 따르면, 흑산도를 이용하는 철새들 중 번식을 끝내고 월동지로 이동하는 어린 새들의 비율이 높았다.
이번 조사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봄(3~5월)과 가을(9~11월)에 실시됐다. 총 192종 4만5952개체에 가락지를 부착했다.
가락지 부착을 위해 포획된 개체 수는 봄철보다 가을철이 더 많았다. 봄철 141종 1만5256개체, 가을철 160종 3만696개체 등이다.
12일 홍길표 국립공원공단연구원 조류연구센터 팀장은 "철새 중간기착지 특성상 봄철 번식하기 위해 올라갈 때는 성조가 많고 가을철에 번식을 끝내고 월동지인 동남아시아 쪽으로 내려갈 때는 새끼들을 데리고 오기 때문에 어린 새들이 많다"며 "이러한 특성을 정확하게 수치로 정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흑산도는 목포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약 90km 떨어진 곳에 있다. 19.7㎢ 면적의 비교적 큰 섬인 데다 다양한 서식지가 있어 우리나라 서해안을 지나가는 많은 철새들이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가장 장거리 이동이 확인된 경우는 '붉은갯도요'로 인도에서 4235km를 날아왔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흑산도 지역의 최우점종은 '촉새'(21.8%)로 나타났다. '동박새'(7.0%) '흰배지빠귀'(5.2%) '노랑턱멧새'(5.2%) '유리딱새'(4.6%) 등은 연도에 따라 아우점종을 차지했다.
우점종은 특정 군집에서 다른 종들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종이다. 해당 환경에서 생존력 적응력 번식력이 다른 종보다 우세하다. 아우점종은 우점종 다음으로 우점도가 높은 종을 말한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을철 주요 종 일부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가을철 흰배지빠귀 감소세가 두드러져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태다. 또한 암수 성비 차이를 보이는 노랑턱멧새 유리딱새 등은 이동 시기나 경로를 다르게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락지 부착조사는 철새의 이동 생태를 연구하는 데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방법이다. 국가와 고유 번호가 새겨진 금속 또는 플라스틱 재질의 가락지를 새 다리에 부착해 철새의 이동 경로를 조사한다.
△철새 이동 시기 △이동 경로 △이동 전략 △개체수 변화 △평균 수명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야생조류를 연구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자료로 제공된다. 우리나라의 가락지 부착조사는 2005년 흑산도에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가 만들어진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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