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민간플랫폼 허용 안되나?
2023-01-20 14:05:29 게재
행안부 "과열경쟁 우려"
양구군 시도했다가 중단
'2025년 세액공제' 황당
20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행안부는 민간 플랫폼을 활용한 고향사랑기부 모금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행안부는 "법에 허용되지 않은 일"이라며 강원 양구군의 민간 플랫폼 모금을 중단시켰다.
행안부가 우려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500만원 모금 한도를 확인할 수 없어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고 주소지 확인을 할 수 없어 기부할 수 없는 본인 주소지에 기부하는 것도 걸러낼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공개적인 이유다. 속내는 '지나친 경쟁'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나친 경쟁을 하다보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모금에 드는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며 "민간 플랫폼 모금은 제도가 충분히 안착된 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기부금 모금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고향사랑기부제는 시행 초기 유명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기부 분위기를 조성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고향에 고액을 기부하기도 했고, 자치단체장들이 이웃 지자체나 결연 지자체들을 찾아가 교차 기부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참여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부 분위기는 생각만큼 크게 조성되지 않고 있다. 충북도가 13일 도와 11개 시·군 모금액을 공개했는데, 12개 지자체가 모은 금액이 2억원 정도다. 비슷한 시기 경북도는 2500만원, 대구시는 800만원을 모금했다. 아직 모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다른 지자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비교하면 인구 2만1000명인 양구군의 모금액은 의미가 있다. 15일간 모금액이 114건, 2496만원이다. 총액은 다른 지자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도시 규모를 생각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또한 다른 지자체들처럼 유명인들의 고액기부가 없었다. 양구군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지정기부 때문이다. 양구군은 민간 플랫폼을 이용한 지정기부를 진행하다 행안부 만류로 중단했다. 하지만 당초 공개한 지정기부 홍보가 계속되면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부금을 어떻게 쓸 건지 정해지지 않아 세제혜택과 답례품만 내세우는 상황"이라며 "양구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후원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후원금센터'에서 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때부터 민간 플랫폼인 '토스'나 '도너스'에도 문을 열었다. 일반적인 기부금도 행안부 '1365 기부포털'보다는 민간 플랫폼인 '네이버 해피빈'이나 '다음 같이가치'에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세제혜택을 고려하면 기부 대부분은 12월에 이뤄질 것"이라며 "제도 시행 초기지만 개선할 내용을 찾아 고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향사랑기부에 따른 세액공제가 2025년으로 연기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의 시행시기를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의 부칙을 개정하면서 올해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도 2025년으로 함께 연기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가 당초 예정대로 올해 기부금부터 적용되도록 2월 임시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 10~12일 입법예고와 1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9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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