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메타버스… 유행 좇는 지자체들
AI·첨단기술 공공서비스에 활용
영어마을·공공앱처럼 사라질수도
최근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챗GPT(대화형 인공지능서비스)'는 물론 메타버스 챗봇 등 첨단기술을 공공서비스에 활용하려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과 대중들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과거 영어마을이나 최근 서비스가 중단된 일부 공공앱들처럼 유행으로 끝나 예산낭비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남 강진군은 14일 오전 9시 군청 2층 대회의실에서 '챗GPT' 시연에 나섰다. 참여자들이 "홀몸어르신에 대한 강진군 복지정책을 알려줘" "고려청자 제작과정을 그림으로 보여줘"라는 등 군정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강진군은 챗GPT가 군정 운영과 군민 삶의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분석하고 적용 노하우 등을 선점하기 위해 실과별로 한두명씩 유료회원에 가입해 업무에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챗GPT, 지켜보고만 있진 않겠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경기GPT' 구상을 제시했다. 경기도정에 진화된 인공기술을 도입하는 동시에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일자리 문제를 보완하는 정책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는 "기술 발전 속도는 참으로 놀랍다"며 "편리함이 커지고 기업이 성장하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는 한편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적 격차가 커질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가상현실에서 체험하는 '공공행정' = '챗GTP'에 앞서 지난해는 '메타버스'가 지자체들의 화두였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Meta'와 세계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웹상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공공플랫폼인 '메타버스 서울'을 선보였다. 최대 3000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고 경제 교육 등 5대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장실을 방문해 오세훈 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시범운영을 거쳐 2026년까지 시정 모든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 성남시는 오는 2025년까지 48억원을 투입해 '메타시티 성남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다고 최근 밝혔다. 온라인 가상공간에 성남시내 전역을 똑같이 구현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개발 교통 혼잡 재난 등의 상황을 모의 실험해 결과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성남시는 가상세계에서 문화·관광·교육·소통 분야를 체험하는 메타버스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여수·순천·진도의 관광지를 대상으로 랜선여행, 게임, 특산물 쇼핑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전남 관광 메타버스'를 운영 중이다.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는 이미 상당수 지자체들이 활용하고 있다. 세종시 제주도 등은 '카카오 I 커넥트 톡' 등 민간서비스를 공공에 도입해 365일 24시간 대민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챗봇 서비스, 노인돌봄 챗봇 서비스 등 특화된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민간기업이 기술을 개발, 정부인증을 받고 이를 지자체들이 도입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진 '영어마을' = 반면 이 같은 지자체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칫 유행을 쫓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가 예산만 낭비한 과거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2005년 경기도에서 시작된 '영어마을'이 대표적이다. 영어 해외연수에 드는 사교육비를 아끼고 국내에서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으로 시작된 '영어마을'은 전국 곳곳에 조성됐다. 그러나 초등학교부터 영어수업이 시작되고 원어민교사를 채용하는 등 교육여건이 변화하면서 하나 둘 사라졌다. 지금은 대부분 시설이 평생학습기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후죽순 만들어졌다가 서비스가 중단된 '공공앱'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1개에 달했던 공공배달앱 가운데 천안시 '배달이지' 대전시 '부르심' 춘천시 '불러봄내' 등 7개 서비스가 지난해 말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공공서비스가 첨단기술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활용할 콘텐츠 제공이 미흡하면 재방문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온라인상의 언어폭력 정보범죄 등에 대한 대책과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 문제를 개선할 방안도 필요하다. 유문종 수원2049연구소 소장은 "첨단기술을 공공서비스에 접목하는 등 지자체들이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유행만 좇다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행정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