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1·3호터널 혼잡통행료 존폐 논란

2023-02-23 11:49:26 게재

서울시의회 통행료 폐지 조례안 발의

서울시 조례 보류 후 2달간 징수 정지

시민단체 "혼잡통행료 오히려 올려야"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폐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7년간 유지된 혼잡통행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필요성이 확인돼 유지될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기회에 27년간 제자리인 통행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혼잡통행료 논란에 불을 붙인 곳은 서울시의회다. 시의회는 최근 남산 1·호터널 혼잡통행료 폐지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발의했다. 서울시는 갑작스런 시의회 조례 발의에 관련 논의를 잠시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오는 3월 17일부터 5월 17일까지 2개월간 부과를 중지하고 교통유발효과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남산터널에 혼잡통행료가 생긴 건 1996년이다. 시는 도심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평일 오전 7시에서 오후 9시까지 남산 1·3호 터널을 오가는 차량에 2000원의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연간 약 1800만대가 남산 1·3호 터널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시가 얻는 수입은 152억원(2021년 기준) 수준이다.

시의회가 폐지 조례안을 내면서 내세운 논리는 혼잡통행료의 교통량 분산 효과가 경미하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에 진입하는 차 뿐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차까지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문제, 터널 교통량이 인근 우회 도로로 몰려 도심 진입 교통량에 차이가 없다는 이유도 들었다.

◆효과미비·이중부담 "폐지 해야" =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혼잡통행료는 도심 교통난 완화 뿐 아니라 대기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되레 혼잡통행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혼잡통행료를 오히려 확대해 교통량을 감소시켜야 한다"며 "27년간 2000원인 혼잡통행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현재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징수율은 40% 밖에 안된다. 통행료도 1996년 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며 "제도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폐지를 논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도심 교통량 감축을 위한 혼잡통행료 징수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가 영국 런던이다. 극심한 교통체증과 그로 인한 대기오염에 시달렸던 런던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심내 차량을 제한하고 대중교통을 장려하고 있다. 초기 2003년에는 런던 중심가의 혼잡통행료 구역(congestion charge)을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하루 15파운드(한화 2만4000원)을 부과했고 현재는 저배출존(LEZ)과 초저배출존(ULEZ)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초저배출존은 노후차량과 대기 오염을 많이 유발하는 차량에 일일 12.5파운드(한화 1만9400원)을 부과하며 도심으로 진입하는 53개 지점에서 통행료를 징수한다.

◆도심차량진입제한 세계적 추세 =

서울시는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다. 무엇보다 혼잡통행료가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탄소배출저감, ESG 등이 강조되는 세계적 흐름을 감안할 때 보행과 대중교통을 권장하고 도심 교통량을 조절하는 혼잡통행료를 없애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통행료 부과로 인한 교통량 완화, 교통 흐름 상승효과 등은 뚜렷하다. 시에 따르면 부과가 시작된 1996년 대비 2021년 남산 1·3호 터널 평균 통행속도는 16.6㎞/h(76.9%)가 더 빨라졌고 일평균 차량 통행량은 당시와 비교해 20.5% 감소했다. 더구나 시는 보행 편의와 대기질 개선을 위해 이미 한양도성안을 녹색교통지역으로 지정, 차량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시는 2개월간 징수 면제를 계기로 서울연구원과 공동으로 교통수요관리 정책 연구에 착수한다. 이를 통해 혼잡통행료 유지 혹은 폐지에 대한 정책 결정을 올해 안에 내릴 예정이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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