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칼럼

생성AI는 반도체 한파 구세주 될까

2023-02-28 12:06:18 게재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23년 벽두부터 전세계적으로 빅테크기업들에 급제동이 걸렸다. 예견됐듯 반도체 한파가 그대로 몰아닥쳤다. 이런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프트웨어(SW)기업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4분기 실적을 총평하면 반도체기업의 수익 하락세가 30년 만에 처음 나타났다. 영업익에서 SW기업은 평균 17% 상승한 반면 하드웨어(HW)기업은 평균 65% 하락했다. SW가 경기 굴곡을 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동시에 HW 대비 SW의 강력한 부가가치성이 증명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결과 데이터 신뢰도에 관한 의구심으로 기술 성숙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런 만큼 이런 신기술 후광으로 반도체 불황이 해소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을 위시한 순수 SW기업은 영업익 성장을 기록한 반면 모든 빅테크기업들은 역성장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MS는 수익율에서 20% 상승했지만, HW의 삼성전자는 무려 97% 대폭 하락해 영업익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인텔은 자체 SW 보유 덕에 영향을 적게 받았다. SW HW 겸업 애플은 영업익 하락을 면치 못했으며 구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반도체 수익이 대폭 하락한 일 또한 이번 4분기가 처음이다. 이제는 반도체가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SW 현주소는 참담하다. 30년 전 시동을 건 이래 아직 출발조차 못하고 있는 황당한 현실이다.

글로벌 SW 점유율 0.8%가 의미하는 것

이번 위기는 경기 풍파에 민감한 반도체 자체로는 대처해나갈 방도가 잘 보이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SW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SW에서도 지엽적인 AI만 봐서는 안된다. 우리 기업들도 HW 일변도 구태의연한 전략을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SW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업들이 그간 SW를 등한시해 온 대가가 너무 크다. 정부 역시 HW에만 관심을 둬왔기에 기업을 자극할 방법도 없었다. 최근 발표된 국가 5대 과학기술사업에 SW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혹자는 5대 기술에 '디지털'이 들어가 있으니 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나 자세히 보면 SW 기초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SW는 여전히 홀대받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블록체인 빅데이터 AI 이 셋은 SW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고, SW라는 거대한 큰 숲 속의 나무 한그루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마치 SW 전체를 대변하는 듯 잘못들 이해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SW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즉 운영체제(OS)와 데이터베이스(DB)에 도전하지 않고는 셋 모두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 존재들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핵심을 파고 들지 못하고 겉만 훑고 말거나 SW 전문기업 MS 구글 애플과 공조 협력만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젠 삼성전자도 SW를 직접 해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공장 기반 제조업(반도체 포함)에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두뇌산업은 제로 상태나 마찬가지다. 글로벌 SW 점유율이 불과 0.8%라면 말을 다한 것 아닌가. 삼성전자도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왔다. SW를 더 이상 피해나갈 방법은 보이질 않는다.

그러려면 가장 급선무는 사람이다. SW전문가가 정부 요직과 기업 고위경영진에 등용되지 못한 과거 30년간의 뿌리깊은 관행이 SW 기초 부실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이걸 하루 속히 뜯어 고쳐야 한다. 관행을 고치지 못하면 정부에 'SW부'를 신설해서라도 국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

손흥민 황희찬 두 걸출한 축구선수가 배출된 곳은 춘천 공지천 운동장이다. 국가는 이렇듯 기업과 대학에게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대만처럼 강력한 외교력으로 SW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도 결국 사람이 할 일이다.

SW는 황금알 낳는 거위, 즉 공장설비 하나도 없이 설계부터 구현, 더 나아가서 제품 출시까지 머리로만 일궈낼 수 있는 두뇌산업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쉽게 이해하려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에어비앤비나 우버를 연상하면 된다. 사무실조차 없이 엄청난 부를 창출해내는 요술램프 마법과 같지 않은가.

굴뚝산업형에서 두뇌산업형으로 변혁을

생성AI가 제아무리 그럴싸한 문장을 생성해낼지라도 기계는 그런 감동과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단순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HW를 구동시키기 위해 컴퓨터에게 주는 행동규범을 알고리즘 형태로 풀어 기계로 하여금 이해가능하게 소상히 제시하는 과정은 인간의 창의성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의 작업이다. 인간 특유의 창의성을 흉내 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생성AI든 뭐든 기계의 영역이 결코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반도체 제조생산 '굴뚝산업형'에서 SW '두뇌산업형'으로 변혁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