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에 동네 커피점 광고가?
서울시 중소기업·소상공인 홍보지원
지하철·구두방·가판대 광고판 7000면
"광고로 당장 매출이 늘어난 건 아니지만 좋은 일 하는 가게라는 소문을 손님들이 내주신 덕분에 가게 홍보에 적잖은 도움을 받았습니다."(동대문구 장안동 '사미커피')
서울시가 지하철과 구두방 가판대 등 자체 보유 광고판을 중소기업에 내주는 사업이 눈길을 모은다. 시는 소상공인, 비영리단체 등을 돕기 위해 실시하는 홍보매체 시민개방 단체공모를 다음날 6일까지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홍보매체 개방은 시가 보유한 여러 매체를 활용, 소상공인과 비영리단체 등을 선정해 무료로 인쇄물(영상물) 제작과 부착(송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비영리법인·단체나 소기업·소상공인(장애인기업·여성기업·협동조합·사회적기업·공유기업 등)이 대상으로 서울시에 주소를 두고 있어야 한다.
공익적 목적을 지닌 비영리단체가 우선 선정 대상이다. 시민들이 공감하고 홍보를 지원할 필요가 있는 소기업·소상공인, 기부·나눔·자원봉사활동을 통해 공익증진에 기여하는 비영리법인·민간단체 등이다.
청년 초기기업(스타트업)에는 가산점을 준다. 대표자 연령이 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이고 개업한 지 1년 이상 3년 이내인 곳이 기준이다.
시가 지원하는 전체 인쇄매체는 지하철 내부 모서리, 가로판매대, 구두수선대 등 약 7000면이다. 영상매체는 서울시(본청사) 시민게시판과 지하철역 미디어보드, 시립시설 영상장비 등 총 110여대다.
선정된 단체는 디자인 기획·인쇄·부착 및 영상 제작·송출 등 광고 전반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된다. 광고물 제작도 지원한다.
실제 효과가 있었다. 참여 업체들은 서울시 광고판 자체의 매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숨어있는 브랜드 노출 효과가 있다. 바로 SNS와의 연계다.
결식아동과 소방공무원에 음료와 빵, 쿠키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미커피'는 비영리단체는 아니지만 공익적 활동을 인정받아 서울시 홍보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작은 커피전문점인 만큼 지하철, 구두수선점 광고 등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미지수였다. 청년 창업가이기도 한 오 신(30) 사미커피 대표는 "서울시 광고 이후 좋은 일을 한다며 본인 SNS에 가게 소개글을 올리는 손님, SNS 채널에 찾아오거나 문의하는 손님이 늘어나는 등 다양한 경로로 가게가 알려졌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젊은층 등 입소문에 민감한 이들은 SNS를 통한 정보 활용에 능숙한데 이와 연계된 홍보, 특히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계정 등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여 단체들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사업 참여 단체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소상공인 85.7%, 비영리단체 84.6%가 광고 후 인지도가 향상됐다고 답했다.
한쪽에선 소수업체만 특혜를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기별 15곳, 1년에 30곳 내외만 선정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모를 통해 1개월 이상 공고를 하고 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원대상 단체를 뽑는 등 깐깐한 과정을 거친다"면서 "최근 2년 이내 선정된 업체는 심사에서 제외하는 등 공정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비어있는 광고판들을 활용해 효과없는 광고로 중소기업에 생색을 낸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 광고가 주를 이루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앞선 사례와 같이 SNS와 연계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시는 설명한다. 광고비를 기준으로 할 때 인쇄매체는 한곳당 4000만~5000만원(5개월 기준), 영상매체는 2000만~2500만원(1개월 기준)을 지원받는 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고비 부담으로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이나 비영리단체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청년 초기기업들의 많은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