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종호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사무총장
"산림복원 1억달러 액션플랜 시동"
아시아산림지역 8500만명 거주, 훼손 심각
산림 통해 지역경제 해결할 기금 만든다
박종호 아시아산림협력기구(아포코·AFoCO) 사무총장은 최근 기업과 금융권 인사를 자주 만난다. 기후변화와 탄소감축을 위한 산림의 역할에 투자를 권하고 있다. 기업들은 탄소배출에 대한 부담을 산림복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박 총장은 그 중간지대에서 기업과 아시아산림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총장은 2025년부터 10년동안 진행할 '액션플랜'(아시아산림협력기구 클라이미트 액션플랜)을 짰다. 아시아 숲에서 사는 사람은 8570만명으로 그들이 스스로 숲을 지키고 가꾸는 날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박 총장은 "기후변화 대응 문제는 세계 아젠다가 됐고 민간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럴 때 기업들이 직접 후원하는 사업을 통해 아시아산림을 복원하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세계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이 아닌 아시아에서 산림 복원이 우선해야하는지 강조했다. 아시아 산림은 세계 생물다양성을 가진 핫스팟(중요지역) 36개소 중 절반 가까운 17개소가 있다고 한다. 특히 아시아 지역 숲에 사는 1억명에 가까운 이들이 경제적 이유로 산림을 훼손해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가장 복원이 시급한 지역이다. 아시아 지역 산림전용률은 15%로, 세계 평균(4%)보다 높다. 특히 아마존이 있는 남미 13%, 경제림이 부족한 아프리카 14%보다도 높다.
그래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기업이 나서 산림전용을 막고 산림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글래스고 정상선언이다. 이를 위해 현재 전세계 글로벌 기업 80여곳에서 65개국에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박 총장은 "30년간 지구 산림손실의 21%(3760만㏊)가 아시아 열대림에서 발생하고 산림전용과 황폐화 주요 이유는 산림의 농지 전환, 불법 벌채, 실화로 인한 산불 등이다"고 전했다.
박 총장은 아시아 지역 산림 황폐화의 원인은 지역민의 경제적 결핍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산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균 소득은 하루 1.25달러다. 생활이 어려운 그들은 나무를 벌채해 팔고, 그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 박 총장은 "벌채를 해도 상관없지만, 그 땅에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총장의 액션플랜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산림복원을 위해 맹그로브숲 10만㏊, 산림훼손지 10만㏊를 복원하는데 5000만달러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지역주민들이 산림을 이용해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공동체 기반 사업 100건을 선정해 3000만달러를 지원한다. 또 녹색마을 20곳도 선정할 예정이다.
박 총장은 국내에서 첫 배출한 아포코 사무총장이다. 산림청 국장 시절 아포코 출범 실무를 담당했고 이후 사업추진과 지원 과정을 함께 한 아시아 산림정책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산림청장으로 재임한 뒤 올해 아포코로 자리를 옮기면서 회원국 14개국 만장일치로 사무총장에 올랐다.
박 총장은 아포코 설립을 주도하면서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아세안(동남아 10개국)을 우선 협력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협력을 해나가려면 중국 일본 인도 등과 공동 협력노선을 형성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총장은 "2003년부터 3년간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에 크게 경계심을 가지지 않는 것을 봤다. 그때 아시아지역이 한국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산림은 에너지·자원 분야와 달리 국가간 정치적으로 크게 이슈가 없다. 아시아 지역 산림협력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아시아 산림지역을 새로운 생태계로 탈바꿈 시킬 박 총장의 역동적 활동에 아시아 산림 기관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