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방식 재개발·재건축 증가

2023-04-17 11:47:36 게재

전국 130곳에서 신탁 개발 … 준공지연시 대량 부실 위험에도 선호도 높아져

부동산 신탁사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주택정비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신탁사 위탁 개발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30개 사업장에서 10만가구가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내 정비사업은 특히 최근 2~3년 사이 신탁사업 방식이 5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신월시영아파트 소유주들은 4월초 코람코와 KB 컨소시엄을 신탁사로 정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창신동 북측구역도 최근 조합 설립 전 토지등소유자들이 신탁사에 정비사업을 위탁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특히 인허가 절차 등이 복잡한 정비사업에서도 신탁대행 선호도가 높다. 서울 동대문구 용답동 역세권장기전세주택도시형정비재개발사업단지는 무궁화신탁을 신탁사로 정하고 개발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합이 설립된 후에도 정비사업 일체를 신탁사에 맡기는 방식도 가능하다. 서울 영등포구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총회를 열고 신탁사에 아예 정비사업을 맡기는 신탁대행방식으로 전환했다. 토지개발 시행사 한 임원은 "조합원들은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에서 나타난 공사비 증액 등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여력이 없기 때문에 개발 이익이 좀 줄어들더라도 신탁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탁대행방식은 신탁사가 토지주나 조합과 함께 시행자가 돼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2016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다. 사업초기 자금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절차상 나타나는 리스크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 조합장 선출과 조합 내부 갈등을 예방할 수 있어 사업초기 시행 속도가 빠르다. 또 사업비 대출과 공사비 증액 등에 따른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신탁형 정비사업은 신탁사가 모든 절차를 도맡아 진행하지만 토지주와 조합은 신탁수수료를 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조합 방식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면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저리의 사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지만, 신탁사는 시중금리를 적용받는다.

특히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이 늘어나면서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확약할 경우 미분양이나 준공 지연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부동산 신탁사의 자기자본 대비 사업규모가 지나치게 커진 점이 위험요소다.

둔촌주공재건축사업처럼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준공이 지연되는 사업장이 늘어날 경우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11일 개최한 부동산신탁사업 현안 점검 세미나에서 전병하 대표 변호사는 "준공지연 현장이 늘고 있어 책임준공에 대한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책임준공에 대한 선례가 마땅치 않아 법리적 쟁점을 살펴보고 논의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한 변호사는 "신탁사의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법적 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신탁사 과실에 대해서는 조합측이 입증해야 하는데 신탁사에 의존한 사업장은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이 손해를 감수할 수 있어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성배 오승완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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