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을 위한 '복지상담전화(1899-2288)' 따로 있다
동작구 '어르신 행복 콜센터' 인기
일상생활 지원하고 맞춤복지 연계
"휴대전화 사용법 배울 곳을 알려 달라, 프로그램이 많은데 못 찾겠다…. 유사한 경우가 너무 많아요."
서울 동작구 상도동 문화복지센터 3층. 자그마한 공간에 나란히 놓인 책상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1~2대씩 놓여 있다. '따르릉~' 전화가 울리면 상담사들은 입으로 응대하는 동시에 각종 정보를 찾아 눈과 손을 분주히 움직인다. 노년층 주민들에게 '120 다산콜센터'보다 나은 서비스를 자신한다는 '어르신 행복콜센터'다.
25일 동작구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간 행복콜센터를 시범운영한 결과 친절한 태도나 설명에 대한 만족도가 각각 95.7%와 91.3%에 달했다. 통화 연결이 어렵고 부정확한 설명을 이어가다가 다른 부서로 넘기기 일쑤인 행정전화답지 않은 만족도다. 하루 평균 16.9건, 21일간 356건 상담한 결과다.
2020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일반 국민 정보화 수준을 100이라고 하면 고령층은 68.6에 불과하다. 지난해 서울노인실태조사에서도 노년층은 텔레비전이나 주변 사람에게 주로 정보를 얻고 인터넷은 26.3%에 불과했다. 동작구는 정보가 없어 복지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판단, 행복콜센터를 구상했다. 노년층을 위한 통합상담전화다.
'열여덟살 마음으로 백수까지, 스물둘 청춘처럼 팔팔하게'를 뜻하는 번호(1899-2288)를 붙였다. 전화 한통화면 궁금한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필요한 서비스까지 연계된다. 전문 상담사와 보조인력 5명이 3개 회선을 통해 상담을 한다. 1차 상담을 통해 22개 부서와 12개 민간기관을 연계하거나 희망하는 정보를 조회해 전달한다.
상담인력이 정보를 조회해 서비스 연계까지 확인하기 때문에 담당부서가 어디인지 헛갈리는 문제도 금세 해결된다. 3층에 거주하는 홀몸노인이 소파를 버리고 싶다고 문의한 경우가 그랬다. 동주민센터에도 자원봉사센터에도 관련 서비스가 없었다. 내부 논의 끝에 봉사자를 수소문해 도왔다.
개인정보를 적어간 기관을 찾아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가정을 방문, 만족도 조사를 하면서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간 경우였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은 아들이 불안감을 느껴 연락을 취했다. 복지관 담당자가 전화를 해 상황설명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단순한 정보창구를 넘어 외로운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기도 한다. 무릎 수술을 앞둔 70대 홀몸노인이 당초 문의한 건 노인활동보조기(실버카) 지원이었다. 수차례 통화를 한 결과 혼자 수술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불안감과 이후 간병해줄 가족이 없어 염려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주민센터 담당자가 방문, 돌봄SOS와 연계해 간병과 퇴원동행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일하 구청장이 연로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콜센터를 구상했듯 50·60대 상담사들도 마찬가지 마음으로 일한다. 정순애 상담사는 "아버지가 편찮으실 때 알아보니 정보는 많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가 막막했다"며 "몇차례에 걸쳐 통화를 하고 담당부서와 의논해 해법을 찾다보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콜센터에서 일자리사업으로 확보한 인력으로 '만능사업단'을 꾸려 직접 서비스도 제공한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2026년이면 동작구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며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가며 100세 시대에 부응하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