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걸리겠어' 낮술 운전 불감증 여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전년대비 67% 증가 … 스쿨존 사고로도 이어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주간 음주운전이 증가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간 음주운전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도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나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매주 목·금요일 이뤄지는 경찰청 주관 일제 단속을 포함해 지난달 13~27일 전국 시도경찰청이 주관한 음주단속에서는 모두 5484명이 적발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지난 7일까지 주간 시간대(오전 6시∼오후 6시)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가 13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나 늘었다. 전체 음주운전 교통사고에서 주간 시간대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22.9%에서 41.2%로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음주운전 사고는 245건 줄었다.
실제로 지난 4월 9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떡볶이를 배달하던 분식집 사장이 역주행하는 음주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는 삼형제를 키우는 40대 가장이었다.
주간 음주운전 피해는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지난달 13일부터 스쿨존에서 실시한 음주운전 단속 결과 모두 167명을 적발했다. 한 번 단속 시 평균 50여명이 적발된 것이다.
경찰은 최근 대낮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자 주야간을 불문하고 '음주운전·스쿨존 법규 위반' 특별 단속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8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스쿨존에서 9세 초등학생 배승아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해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사고를 낸 운전자 방 모씨는 이날 오후 2시 21분쯤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양을 치었다. 이날 사고로 주변의 9∼10세 어린이 3명도 다쳤다. 방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2일 오후 4시57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
문제는 음주운전 사고는 재범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양 사건의 피의자도 과거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자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 법원 등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해결책이 논의되고 있다.
△처벌 형량 강화 △음주운전 상습범과 사망사고 피의자 신상공개 △전력자 차량 시동 잠금장치 설치 등과 관련한 법안들도 잇달아 발의 됐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과 단속, 철저한 예방대책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망 상해 사건 피고인 상당수가 법원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 받고 있다.
국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21년 기준 44.8%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교통안전 시설 설치 등 예방책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주간 음주단속 현장을 찾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 행위"라며 "음주운전자에 대해 법에서 정한 최고 형량의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해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