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1년 사이에 네번이나 조직개편

2023-05-09 11:40:35 게재

공직사회 "혼란스러워"

실국장 6개월도 못 채워

대구시가 또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를 단행했다.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시행된 수차례 조직개편에 따른 후속 조치다.

9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홍 시장은 지난해 7월 민선 8기 출범 직후 대대적 조직개편을 한데 이어 같은 해 9월 한시기구설치, 12월 의회 증원 등 법령개정에 따라 조직을 바꿨다. 시는 또 지난 3월 말에는 군위군 편입과 신공항특별법 통과에 대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지난 4일에는 2개 본부 신설과 실국 업무조정 등을 위해 조직을 새로 꾸렸다. 크게 보면 홍 시장 취임 10개월여 만에 4번의 조직개편이 이뤄진 셈이다.

잦은 조직개편으로 대구시 공직사회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업무 담당 실국장과 직원이 수시로 바뀌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홍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실국별 담당업무를 잘 모르고 엉뚱한 질문으로 실국장을 당황하게 했다. 실제 지난해 한 간부회의에서 복지국장에게 제2의료원 건립논란과 관련 "대구의료원과 소통을 잘 하느냐"고 물었으나 복지국장은 답변을 하지 못했다. 복지국장이 업무파악을 하지 못한 게 아니라 의료원 업무는 시민안전실 소관이었기 때문이다. 시민안전실의 보건의료정책관이 의료원 업무를 담당한다.

이 뿐만 아니다. 시민안전실장이 '밀키트' 관련 보고를 하자 홍 시장은 "그 업무를 왜 시민안전실이 하냐"'고 따져 물었다. 시장이 미처 시민안전실에 위생정책과가 있는 것으로 인지하지 못한 탓이다. 환경수자원국장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산림녹지과를 두고 있는 환경수자원국이 산불 관련 보고를 하자 홍 시장은 "그건 시민안전실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기 때문이다.

수시 인사에 따른 혼선도 끊이지 않고 있다. 3~4개월마다 이뤄진 조직개편으로 대부분 실국장이 현직을 6개월도 못 채우고 바뀌고 있다.

대구시는 8일 발표한 10일자 인사에서도 국장급 이상 4명을 인사발령 냈다. 모두 현 보직을 맡은 지 6개월도 안된 실국장들이다. 혁신성장실장은 최근 10개월 동안 상수도본부장, 혁신성장국장, ICT국장 등을 거쳤으며 이번 인사에서 다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신임 미래혁신성장실장은 지난해 말 대구경북연구원으로 파견됐다 4개월여 만에 복귀한다. 신임 재난안전실장 교통국장 도시건설본부장 등도 현 보직을 맡은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0개월도 못돼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번 인사에 포함된 실국장 뿐만 아니라 홍 시장 취임 이후 대부분 실국장들은 6개월 안팎의 초단명이다.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발탁된 시민안전실장과 공보관은 5개월도 안돼 한직으로 좌천됐다. 3급 직무대리 보직인 공보관 행정국장 후적지개발단장 등도 현 보직의 재임기간이 6개월도 안돼 영전하지만 압박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한 간부공무원은 "홍 시장 취임 이후 실국장들은 대부분 6개월도 못채우고 보직이 바뀌거나 경질돼 파리목숨 신세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간부와 직원들이 많은 것 같다"며 "실제 지난해 한 국장급 간부는 정년을 많이 앞당겨 명퇴했고 최근에서 젊은 과장이 3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5급 이하 하급직 직원들도 실국장과 과장이 수시로 바뀌면서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 주무관은 "최근 10개월여 동안 업무보고만 한 기억 뿐"이라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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