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내포·세종시 10년 악취전쟁
축사분뇨·퇴비와 마지막 싸움
축산악취 해결 성공사례 자신
20일 오후 충남도청 등 충남지역 행정기관이 밀집해있는 충남 홍성군 홍북읍 내포신도시 한 야산. 이미 곳곳에 있던 축사는 사라졌고 잔해를 실어 나르는 트럭의 왕래가 바쁘다.
야산 곳곳에 드러난 축사 철거 장소에 다가서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돼지 분뇨가 썩는 냄새다. 이곳은 악취가 심하게 나는 딱딱하게 굳은 고착 슬러지가 다수 있는 돼지축사다. 현장에서 만난 홍성군 관계자는 "오늘 마지막 분뇨를 제거했다"며 "이곳에서 발생하는 마지막 악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축사가 있던 자리에서 반대편을 보자 야산 밑으로 내포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다. 불과 1.2㎞ 거리다. 이곳에 있던 A농장은 1340㎡ 면적 10개동에 2200여마리 돼지를 키우던 곳이다. A농장은 그동안 내포신도시 인근 축사 가운데 악취발생 핵심농장으로 꼽혀왔다.
2012년 충청권에 건설된 내포·세종 2개의 행정도시가 10년 넘게 악취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축사와 퇴비가 일상화된 농촌지역에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2012년 충남도청 등의 이전으로 거주하게 된 내포신도시 주민들은 악취에 시달려왔다. 여름이 되면 악취로 창문을 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악취는 내포신도시 정주여건 조성의 주요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다. 내포신도시가 건설된 홍성군은 돼지 숫자만 60여만 마리로 기초지자체 가운데 압도적인 전국 1위 돼지 사육지역이다.
홍성군 관계자는 "A농장은 내포신도시 주변 대상 농장 10개 가운데 철거되는 8번째 농장"이라며 "올해 나머지 2곳을 추가로 철거하면 악취는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청사 등 중앙행정기관이 들어선 세종시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하지만 농촌지역과 가까운 지역에선 여전히 악취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 15일 원룸이 밀집된 대학가에 악취 민원이 잇따르자 조사 결과 비포장 비료가 일부 경작지에 부적절하게 살포된 것을 확인, 전량 수거해 살포업체에 돌려보냈다. 신도심 내부에선 미건축 단독주택지가 골칫거리다. 일부 주민들이 이들 부지에 불법 경작을 하며 퇴비 살포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행정도시는 출범 10년을 넘기면서 악취와의 전쟁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다.
세종시 관계자는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많이 개선된 상황"이라면서도 "일부 지역에선 아직 가축분뇨와 퇴비로 악취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들여오는 가축분뇨와 퇴비로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더 꼼꼼하게 관리하겠다"며 "단독주택지 불법경작 등에 대해서도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불법경작임을 홍보하고 있으며 토지주에게 관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악취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홍성군도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홍성군은 그동안 축사 신축을 금지하고 10여년간 내포신도시 인근 농가를 설득해왔다. 홍성군은 일단 철거대상 외 나머지 대규모 축사에 무인악취포집기 8대를 집중 배치, 24시간 감시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홍성군 관계자는 "내포신도시 미래 신산업 국가산업단지 유치로 신도시 인근 나머지 축사 대부분이 수용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포신도시가 축산악취 해결 성공사례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