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유권자도 스스로 만든 소품 이용해 선거운동 할 수 있다

2023-06-23 11:07:17 게재

10월 보궐선거부터 적용 … 다음달 말까지 선거법 개정해야

선거운동기간, 정당·후보자 이름 차량부착도 허용할 듯

현수막·배지 등 시설물·인쇄물 부착이나 배포제한도 완화

선관위 "농축수협 직원 선거운동 허용"에 의원들 반발

선거 후보자와 선거운동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도 자기 돈으로 스스로 만든 소품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오는 10월 강서구청장을 다시 뽑는 보궐선거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보장과 과열이나 범법자 양산 가능성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면서 어느 선에서 합의점을 찾을지 국회의 논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10월부터 선거운동 방식이 바뀔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4월 5일 치러진 경남 창녕군수 보궐선거 벽보. 연합뉴스


23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운동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조항은 공직선거법 68조, 90조, 93조, 103조이며 7월 31일까지 개정해야 한다. 개정된 선거운동 방식은 오는 10월 11일에 치르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적용된다.

이중에서 가장 큰 관심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누구든지 소품 등을 사용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68조 규정이다. 선관위는 "후보자나 일반 유권자가 사회통념상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제작할 수 있거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표시물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붙이거나 입거나 지니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기관 중 유권자 누구든 자기 부담으로 하되 법인소유·여객·화물 자동차에 부착하는 것은 제외한다"의 의견을 냈다.

신문근 정개특위 전문위원은 "위헌조항은 68조 2항의 누구든지 어깨띠 등 소품을 이용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부분"이라며 '선거일전 90일부터 어깨띠 등 소품을 활용한 선거운동 가능'(남인순), '선거운동 기간 중 가능'(김영배 박주민 최기상 전재수), '비용 본인 부담, 거주 주택이나 승용차에도 부착 가능'(정우택)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발의됐다. 여기에서 선거운동은 소품에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 명칭을 기재해 통상적인 방법으로 붙이거나 입거나 지니고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신 전문위원은 지난달 정개특위 소위에서 "선거과열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측면과 선거비용 지출을 우회한 탈법적 선거운동 방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본인 부담 소품 제작·구매 여부 또는 규격·금액 준수 여부에 대한 단속 등 의무이행 확보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소개했다. 소위 위원인 이탄희 의원은 "일반 유권자 중에 1인이나 2인이 어깨띠를 수 천 장 만들어 뿌려서 다른 유권자들이 매고 다니게 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는 일반 유권자의 경우에는 자기 비용으로 구입하거나 제작한 소품들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문구를 추가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라고 했다. 조해진 의원은 "개인 선거운동은 허용하되 자부담으로 하고 피켓이나 소품의 규모도 제한하는 절충선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선거 180일전부터 제한, 안 돼" =

현수막을 달거나 인쇄물을 배포하는 것을 제한한 규제도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선거 180일 전 현수막, 그 밖의 표시물 게시를 제한한 공직선거법 90조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선거 180일전'이 너무 장기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또 현수막이나 배지, 머리띠 등까지 '게시물'로 보고 제한하는 게 포괄적 금지에 해당돼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는 진단도 나왔다.

또 93조에서는 '누구든지 180일부터 광고 벽보 문서 도화 등 인쇄물을 배부 첩부 살포 게시를 금지'하고 있는 데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시설물이나 인쇄물에 대한 이용 제한을 모두 없애는 방안(김영배 박주민 남인순)이나 사전신고 후 허용하는 방안(전재수), 그리고 제한 기간을 180일에서 90일로 줄이는 방안(김희곤)이 제시됐다. 소위에서는 과도한 정치구호와 선전에 따른 정치혐오와 정치불신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과도한 현수막 설치에 따른 국민 불편도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거비용제한액 규정 취지가 훼손될 수 있고 후보간 경제력 차이로 인한 선거 기회 불균형이나 공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농협 수협 직원도 선거운동 가능하다고? = 선거기간 중 허용되는 모임의 제한도 논쟁거리였다.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향우회 종친회 동창회 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103조 중 헌법재판소는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위헌으로 봤다. 토크콘서트 등 모임에 대한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의원들도 동의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의외로 반발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라는 판단의 영역에서 나왔다. 선관위가 '선거 영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범법자만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현실적인 우려다.

지방공사와 공단 직원의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위헌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선관위가 '비슷한 성격'의 농협 축협 수협 직원들에게도 선거운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자 의원들이 강도 높게 반발했다. 지역구에서 보면 농협 축협 수협 조합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직이고 조합장들이 선출직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선거운동을 허용했을 경우엔 조합원 선거가 현재보다 더 심각한 정치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8일 조해진 의원은 "7월 31일 이전에는 어떻게든 개정을 완료해야 한다"며 "만약 완료하지 않으면 해당 위헌조항이나 헌법 불합치 조항은 규제가 완전히 없어지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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